[특별기획전-고구려!] 도우미 선생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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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6일 막을 올린 '특별기획전 고구려!-평양에서 온 무덤벽화와 유물'이 관람 인원 40만명을 넘기며 재미있고 뜻 있는 전시로 소문을 타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특별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자 주최(중앙일보.SBS.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 쪽은 3월 5일까지였던 전시 기간을 오는 25일까지로 연장하고 입장료를 반값으로 할인하는 등 관람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고구려!'전을 빛나게 만든 현장 사람들을 찾아가 본다.

*** 서울 가원중 교사 정경아씨

정경아(38.서울 문정동 가원중학교.사진) 선생님은 요즈음 전국의 사회 교사들에게 '고구려!전 길라잡이'로 이름이 났다. 정교사가 학생들을 위해 만든 '고구려!'전 설문지의 내용이 알차다는 소문이 나면서 그 내용을 받아 활용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가원 친구들… 분단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 온 북한의 고구려 문화유산!"으로 시작하는 4쪽짜리 이 설문지는 전시물 순서대로 설명을 단 뒤에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답할 수 있는 과제를 내 짧은 시간 안에 고구려를 이해하는 지름길 구실을 한다.

"학교 답사반 활동을 위해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전시를 꼼꼼하게 보고 답을 잘 써서 흐뭇했어요. 벽화무덤을 몇 번씩 드나들면서 '우리 조상들이 이렇게 앞서가다니'하며 놀라는 걸 보면 고구려에 대한 긍지가 체험으로 머리에 쏙 들어온 모양입니다."

전국역사교사모임(대표 김육훈)이 축적한 자료와 고구려 관련 책을 여러 권 뒤져가며 설문지를 만들었다는 그는 "한반도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는 이런 전시가 늘어나서 설문지 만드느라 더 바빠졌으면 좋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 서울대 고고미술사 4년 이원진씨

"그림 속 인물들을 보면 크기가 다르지요. 주인공은 크게, 하인들은 작게 그려서 계급 차이를 표시했답니다."

이원진(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4.사진 (左)에서 셋째)씨가 설명을 시작하자 전시장을 지나치던 사람들이 다시 한번 무덤벽화 앞으로 돌아와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주말은 오후 5시까지) 30분 간격으로 해설 도우미로 봉사하고 있는 이씨는 "학교에서 배웠던 걸 복습하면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어 보람 있다"고 말했다.

"중고등학생 단체 관람객들에게 고구려의 힘을 전해줄 때는 제 어깨가 으쓱해질 정도로 기분이 좋아요. 초롱초롱한 아이들 눈을 보면 고구려의 기상을 받은 그들과 함께 일굴 한반도의 밝은 미래가 보이는 것 같거든요."

현재 이씨처럼 해설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고고미술사학 전공 학생들은 모두 13명으로 이들 덕분에 관람이 훨씬 즐거워졌다는 관람객들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고구려 벽화무덤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곧 지정될 것이라는 외신을 보고 긍지를 느꼈다"고 했다.

글=정재숙,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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