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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레이, 탄소섬유 1조엔어치 수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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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일본의 첨단소재 회사인 도레이가 미국 보잉에 1조엔(약 9조4400억원)에 달하는 탄소섬유를 공급하기로 했다. 항공기 분야 수주금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닛카쿠 아키히로(日覺 昭廣) 도레이그룹 사장은 17일 보잉과 향후 10년간 항공기 동체 제작에 쓰일 탄소섬유를 단독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도레이가 납품하는 탄소섬유는 보잉의 중대형기인 787기와 차세대 모델인 777X 날개에 쓰인다. 탄소섬유는 무게는 강철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강도가 10배 이상 강하다.

 이번 계약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공급하기로 했던 기존 계약(7000억엔 규모)에다 추가계약 3000억엔을 더해 2024년까지 총 1조엔 규모의 신규계약 형태로 체결된다. 보잉은 차세대 항공기인 777X를 2020년부터 전세계 항공사에 납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측은 이 기종 동체의 25%를 탄소섬유로 만들고, 날개는 기존 777 기종 보다 크게 제작해 연비를 20% 정도 낮출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잉이 요구하는 수준의 탄소섬유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이 도레이 밖에 없어 사실상 독점 계약과 같다”고 평가했다.

 도레이는 이번 계약에 따른 물량 확보를 위해 1000억엔(9440억원)을 들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탄소섬유 생산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우선 3년 동안 600억엔을 투자해 160만㎡ 부지에 연간 3000~4000t 규모의 탄소섬유 생산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어 2020년까지 일본 에히메 공장 수준인 연간 8000t 규모로 증설할 예정이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에서 도레이의 점유율은 32%다. 업계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이 완공되면 도레이의 점유율은 5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레이의 탄소섬유사업 매출은 내년에 1650억엔(1조5573억원)으로 올해보다 46% 가량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또 영업이익률은 탄소섬유 부문에서만 16%에 이를 전망이다. 도레이의 전체 영업이익률은 6% 수준이다.

 탄소섬유 시장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최근들어 연비에 민감한 자동차를 비롯 항공기와 셰일가스 운반용기 등 각 산업에서 활용도가 커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탄소섬유 수요가 연평균 15%씩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2020년에는 수요가 현재의 2.5배인 14만t 규모로 늘어난다.

 현재 도레이와 테이진, 미쓰비시레이온 등 일본의 3대 회사가 세계 탄소섬유시장의 53%를 점유하고 있다. 국내에선 효성이 탄소섬유 개발에 나섰지만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신소재 시장인 탄소섬유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일본 업체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미쓰비시레이온는 2015년까지 연간 4000t 규모의 미국 공장의 생산규모를 늘려나가기로 했다. 테이진 역시 미국 자동차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를 타깃으로 현지 신규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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