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사회복지사업 빈약하다"|조계종 임무근 스님 실태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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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불교는 「자비의 실천」을 근본 사명으로 하는 종교다. 따라서 현세적 실천행으로서의 불교사회복지사업은 무엇보다도 최우선적 추진이 요망되는 불교종단들의 종책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불교 조계종 임무근 스님(서울 개운사)의 조사에 따르면 오늘의 한국불교 복지사업추진 실태는 보사부등록 민간사회복지기관 1천2백개 중 불교관계 기관은 26개에 불과, 실로 보잘 것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도 아직까지 종단차원의 사회복지 사업이 전무한 상태라는 것-.
특히 이들 복지시설의 대부분이 천주교, 기독교 소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천6백년의 긴 역사를 가진 한국불교의 체통에 서글픔만을 느낄 뿐이라는 것이다.
무근 스님의 불교 사회복지시설 실태조사와 조계종단 스님 4백94명과 신도 2백1명 등 불교인 6백95명을 무작위 추출, 설문조사한 「불교인 사회복지의식」 분석은 조계종 총무원의 시급한 사회사업 전담부서 설치 및 불교복지 진흥의 종책설정 요망으로 요약됐다.
불교계는 근래 사회복지사업진흥에 관심을 갖고 조계종이 동국대에 사회복지학과 및 보육학과의 신설 권고, 종책에의 반영을 위한 전국 각 사암, 유치원 실태조사를 계획하는 등 뒤늦게나마 중생제도의 사회사업 보살행을 서두르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 같은 관심의 고조(?)나 불교인들의 절실한 사회사업 필요성 인식과는 달리 현대적 조직과 체계를 갖춘 불교복지시설을 현실 속에서 찾아보기는 아주 어려운 실정이다.
보사부등록 26개 불교복자시설의 사업종목은 ▲육아시설=7 ▲어린이집=8 ▲양로원=4개 및 기타 7개 등으로 나타났다.
시설설립자는 신자 4명, 사찰주지 3명, 기타 5명 등으로 나타나 사찰이나 종단차원의 창설이 오히려 신자·법인체에 훨씬 뒤지고 있다는 것-.
창설시기는 1949년 이전이 6개로 가장 많고 1960∼69년이 5개이며 운영비조달은 자체수입이 20∼30%에 불과한데 비해 정부공공기관의 지원(70∼80%)을 받는 절대지원 의존형이다.
무근 스님은 이 같은 실태를 극복하고 새로운 불교복지진흥책을 수립키 위해서는 『헌신적인 보살행의 실천이 모든 조건에 선행하는 불교인의 의무조항 제도화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종단차원의 사회복지사업이 부진한 이유로는 ▲관심과 추진력을 가진 승려 부족(39%) ▲기성불교지도자의 무관심(33%) ▲총무원의 무관심(33%) ▲신도들의 기복위주 신앙태도(9%)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사업추진의 필요성(80%)과 총무원의 사회사업 연구·기획·실천 전담부서의 설치(97%)가 불교인 절대다수의 요망이다.
이밖에 무근 스님의 「불교인 사회복지사업 의식조사」는 동국대의 사회 복지학과 신설요망(96%), 종립대의 의대·부속병원건립(98%), 불교복지사업진흥 종책항목 설정(1백%), 각 사찰의 복지시절 직접 경영희망(82%) 등 적극적인 불교사회사업추진을 갈구하는 불교인들의 열렬한 소망을 보여줬다.
사회사업을 이처럼 갈망하는 이유로는 ①자비실천의 방안 ②중생구제사업의 일환 ③포교의 촉진 ④사찰경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
복지사업희망종목은 병환·사회복지원 운영·유치원·소년직업보도소·양로원·어린이집·심신장애자 복지시설·모자원·영아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불교사회복지사업의 재정원천으로는 다수(51%)가 종단지원을 희망했다.
또 이 조사는 사회복지사업추진이 한국불교의 면모일신과 새로운 개척불사의 요체이며 역사적 사명임을 자각, 복지사업진흥에 중점을 두는 종책상의 일대 혁신이 소망스럽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경우 현재 제대로 내세울만한 시설을 갖춘 사회복지시설이 삼각산 도선사(주지 박현성 스님) 운영의 서울 영등포 혜명양로원 정도밖에 없다.
이제 한국불교는 왕실주변이나 깊숙한 산간에 안주했던 과거나 종권 쟁탈전에 휘말려온 현실을 과감히 청산하고 민중구제의 보살도를 실현하는 현대적 사회복지사업에 눈을 돌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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