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공모주 열기 … 공시부터 잘 살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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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코스닥 시장에서 '공모주 투자'가 다시 불붙고 있다.

증시 활황을 타고 기업을 공개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시중의 뭉칫돈이 몰려 들어 새내기 기업들의 주가를 크게 올려놓기 일쑤다. 웬만큼 알려진 기업의 청약 경쟁률은 수백대 일을 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공모주 청약 열기에 빠져 돈을 넣지 말고, 기업을 제대로 골라내는 안목을 갖추라고 조언한다.

◆ 후끈 달아 오른 공모시장=지난 주 제대혈 업체 메디포스트의 공모엔 2조원을 넘는 청약 대금(증거금)이 들어왔다. 2003년 MP3 플레이어 회사인 레인콤이 3조원을 끌어 모은 이후 코스닥 상장 업체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메디포스트 주식은 814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만 손에 쥘 수 있었다. 7월 들어 이런 공모주 열풍 조짐이 두드러진다. 최근 한미반도체 1조2000억원, 산양전기 9400억원 등 이달 들어서만 모두 6조8000억원 가량이 공모 시장에 몰렸다.

올들어서만 이미 22조원이 공모 시장을 찾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5조2000억원보다 323% 늘어난 것으로, 올 증시의 히트상품인 각종 펀드에 몰린 12조원의 두배에 가까운 규모다.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부 유명환 과장은 "증시 활황이 안정적이란 믿음이 확산됐고, 공모 기업 주가도 많이 오른데다, 부동산 규제가 심해지면서 공모주가 대안 투자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 수익률은 어떤가=공모주는 공모가격과 비교해 상장 후 주가가 많이 올라야 수익도 커진다. 올들어 공모주는 평균 38% 가량 올랐다. 공모가보다 주가가 오른 회사는 23개였고, 떨어진 업체는 5개에 그쳤다. 평균 수익률로만 따지면 코스닥 시장 전체(37%)보다 크게 높지도 않다.

그러나 종목별로 보면 얘기가 다르다. 비아이이엠티.SNU 등 공모주의 절반 가량이 50~122% 대의 폭발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을 많이 끌어 들이기 위해 공모가를 기업가치보다 낮게 정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공모가와 상장 후 주가가 차이 없는 경우도 있다. 또 주가가 상장 직후 잠깐 치솟았다가 맥없이 주저앉는 회사도 있다.

상장후 주가 움직임이 회사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꾸준하고 탄탄하게 주가가 오를 기업을 골라내는 게 투자 포인트다.

◆ 종목 선택은=공모 기업은 아직 시장에서 검증을 받지 않았다. 투자 위험이 그만큼 크다. 이럴수록 풍문에 기대는 투자는 금물이다. 대우증권 손승균 주식인수부장은 "먼저 금융감독원에 제출되는 유가증권신고서를 읽어본 뒤 공모 전략을 세우는 게 좋다"고 권했다. 금감원의 전자공시 사이트(dart.fss.or.kr)에서 해당 기업 이름을 검색해 신고서를 보면 투자위험요소.유통주식수.유사회사주가.기업실사결과 등 쏠쏠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주식 수급과 관련해선 최대주주 지분이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해두자. 상장 뒤 최대주주 등이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1년 동안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보호예수)가 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지분이 많을수록 갑작스런 매물로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작다.

손 부장은 "마찬가지로 공모주를 받은 기관투자가들이 일정기간 동안 주식을 안 판다는 '의무보유' 확약 규모가 큰 종목이 좋다"고 말했다.

퇴출 전략도 중요하다. 공모주는 상장 초기에 오름폭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욕심 대신 30~50% 등 미리 정해둔 목표 수익률에 따라 매도 시점을 잡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직접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공모주 펀드에 가입할 수도 있다. 특히 인기 높은 공모주는 경쟁률이 높은데, 공모주 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에게 배정되는 물량이 많으면 손쉽게 유망 주식에 투자하는 효과가 난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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