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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스만 “북 인권, 국제 압력 지속 땐 의미 있는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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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진

꿈쩍도 안 하던 북한이 흔들린다.

 13일 열린 제4회 샤이오 인권 포럼에서 ‘북한 인권과 행복한 통일’이라는 주제로 머리를 맞댄 국내외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이다. 인권 문제에 관한 한 북한이 외부 압력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통일연구원 주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선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의 대담이 주목을 받았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지난 2월 북한의 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북한 정부의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기초로 한 북한인권결의안도 지난달 22일 유엔 제3위원회에 제출됐다. 제3위원회는 이를 다음주 총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13일 샤이오 인권포럼에 참석한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대사(왼쪽)와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신인섭 기자]

 다루스만 보고관은 “국제사회의 압력과 책임 추궁이 지속되면 북한의 인권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년간 인권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입국을 거부하던 북한 당국이 최근에는 ICC 회부 등의 문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나를 평양에 초청했다”며 “우리가 이루고자 했던 목표 달성이 눈앞에 와 있다”고 말했다.

 킹 인권특사도 “최근 북한은 미국과 한국의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날조된 보고서를 제출하는가 하면 자국 인권 상황에 대한 검토서를 제출했다”며 “내용을 떠나 처음으로 국제 규칙에 맞춰 내용을 정리했다는 건 변화하고 있다는 긍정적 조짐”이라고 해석했다.

 북한 정권의 ICC 회부 가능성에 대해 다루스만 보고관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어렵겠지만 현재로서는 중국이 ‘노 코멘트’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낙관했다. 킹 인권특사는 “북한은 결의안 채택을 막기 위해 케네스 배 등의 인질들을 풀어준 것으로 추측된다”며 “하지만 미국은 대가를 약속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대화와 초청 등을 시도하겠지만 북핵 대응처럼 함정에 빠져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홍성필 연세대 교수는 북한이 근대화나 민주주의를 배우기 어려운 이유와 관련해 “역사적으로 북한 지역은 봉건주의(조선)를 겪은 뒤 잔혹한 식민지배(일본)와 스탈린식 전체주의(소련)를 경험했고 지역적으로는 중국·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중앙일보가 후원한 포럼엔 최진욱 통일연구원장, 박진 아시아미래연구원 상임대표, 이정훈 대한민국 인권대사, 박경서 대한민국 초대 인권대사 등이 참석했다.

유성운 기자

◆샤이오 인권 포럼=통일연구원이 2011년부터 북한 인권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해온 포럼. 명칭은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프랑스의 샤이오(chaillot) 궁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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