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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교보 신창재 회장이 말하는 '격변기 보험사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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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신창재(사진) 교보생명 회장은 저금리 등으로 보험업을 하기 어렵지만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20일 말했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 현재 돈(자금)이 필요해 증자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금융시장이 격변기에 있지만 보험사도 지주회사든, 개별회사든 고객이 원하는 복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진용'을 갖추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에 맞춰 경영하면 돈(이익)은 절로 따라온다고도 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통합.조정기능이 부족해 '디지털 시대인데 의사결정은 아날로그 시대의 속도'"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20일 오후 서울 세종로 교보빌딩 집무실에서 신 회장을 1시간30여 분 동안 만났다.

-보험사의 영업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앞으로 보험사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

"솔직히 당장은 힘들다. 금융산업 구조가 바뀌는 과도기에 있는 데다 저금리 상태가 지속된 게 결정적으로 힘든 부분이다. 국내에서만 자산운용을 해서는 역마진이 난다. 교보생명의 경우 매년 3000억원 이상의 역마진을 입고, 다른 곳에서 이익을 내면서 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저출산.노령화의 영향이 현실화되면 자산을 유지.보존하는 상품 시장은 확대될 것이다."

-자산운용을 어떻게 해야 하나.

"자산운용을 다변화해야 한다. 금리는 떨어지는데 국내에서만 운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자산운용 부문을 분사시키고 외부 투신사에 외주도 줬다. 집에서도 떡을 만들 수 있지만, 맛있게 만들 수 있는 건 떡집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의 겸업화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전업 보험사가 가야 할 길은.

"고객이 바라는 것은 편리한 서비스다. 따라서 보험사는 종합금융산업에 진출하거나 다른 금융산업과 업무 제휴를 하는 식으로 고객에게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다. 회사가 돈 버는 데 집중하면 고객이 도망가고 고객에게 집중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 돈이라는 게 네 발 달린 짐승 같아 두 발 달린 인간이 아무리 쫓아가도 되는 게 아니다. 두 발 달린 인간이 고객을 열심히 쫓아가면 돈은 뒤에서 온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증자를 하려 한다고 하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과도기적으로 혁신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회사 경영은 수비가 아니라 공격을 위해 하는 것이다. 과도기에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 자금이 필요할 뿐이다."

-금융시장 흐름은 대형화.통합화.국제화다. 지주회사 형태가 바람직할 수도 있지 않은가.

"반드시 다 갈 필요는 없다. 경우에 따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매우 큰 문제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 규제도 바뀌고 있기 때문에 유.불리를 따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지주회사로 가면 교보문고는 떼어내야 한다."

-생보사 상장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사회적으로 소모적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여러 이해 당사자들이 서로 양보해야 한다. 조금씩 합의가 돼 가는 것 같기는 한데 속도가 너무 느리다. 사회가 통합하고 의사결정하는 속도가 너무 늦다."

-정부에 건의할 말은.

"디지털 시대에 정부의 의사결정이 아날로그 속도다. 외국기업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해도 힘든 상황인데 (의사결정이) 늦으면 되나. 예컨대 기업이 특정 업무로 정부 부처 여러 곳을 접촉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각 부처는 '우리가 관여하는 곳은 일부분이니 다른 부처도 알아보라'고 말한다. 이렇게 돌다 보면 의사결정은 계속 늦어진다. 각 부처에 권한과 책임이 조금씩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 통합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해 주는 역할이 없다. 또한 정부에서 보험사기 방지대책을 세웠으면 좋겠다. 미국은 정부 내에 마약수사국처럼 보험 수사국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고객이 보험금을 요청하면 보험사에서 이것이 올바른 신청인지 진료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 공무원 조직은 경쟁이 없다."

-10년 뒤 교보의 모습은.

"그때 보험회사라는 상호가 있을지 모르겠다. 교보금융회사 또는 교보금융지주회사가 되지 않을까. 보험이라는 개념은 존재하겠지만 상품의 복합화로 보험이라는 이름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만난 사람=박의준 경제부장

정리=김창규 기자<pakej@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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