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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100대 드라마 ①정치] 9. 비리로 부끄러운 우리의 대통령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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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통령들은 유달리 치부(恥部)가 많았다. 한국현대사의 부끄러운 드라마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돈문제로 아직까지 검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 전두환·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은 비리문제로 감옥에 갔다. 개혁의 화신처럼 행동했던 김영삼 대통령은 정치자금을 안기부에 숨겨놓았다가 빼 쓴 ‘안풍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될지도 모른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숨겨놓은 딸’ 이야기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 사진왼쪽부터 구속되는 전두환 대통령의 아들 재용씨. 눈물 흘리는 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된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홍업씨. 구속된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 <중앙포토>

한국 대통령들 왜 서울 못 떠나나
최평길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대통령 포럼 대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모두 서울 출신이 아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황해도 평산군 마산면 출신이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모두가 경북·경남·전남의 조용한 시골 아니면 섬마을 출신이다. 정치기반 역시 자신의 고향 지역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퇴임 후 향리로 돌아가지 않고 모두 서울에 눌러앉았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와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은퇴 후 향리로 돌아갔다. 자신이 시장까지 지낸 조용한 시골마을 인디펜던스로 돌아온 트루먼 대통령은 대통령기념관을 건립하고 만년을 보낸다. 미국의 지미 카터,조지 부시,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출신 지역에 대통령기념관을 지어 퇴임 후 활동의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은 왜 서울에만 살고 있을까. 아마도 퇴임 후 공식활동을 계속하기 위한 환경이나 노년의 의료지원과 생활조건 등에서 서울이 편리하고 적합한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일부 대통령의 경우처럼 경호상의 필요 때문에 이미 서울에 지어놓은 성(城)처럼 공고한 자택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건물도 건물이지만 자신을 보호해줄 측근 사단이 서울에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이유들이 많이 변했다. 소득 3만 달러를 지향하는 일일생활권·인터넷·세계화·지방화 시대에 퇴임 대통령이 향리로 돌아가거나 지방에 나래를 펴도 이제는 큰 불편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재임 중 좋은 업적을 쌓아 인기가 꽃향기처럼 물씬한 대통령이 퇴임 둥지를 트는 지역은 국민이 찾는 명소가 되어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시미밸리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기념관의 1년 예산수입 중 60%는 미국 보통 시민이 보낸 20~30달러짜리 수표다. 나머지 30%는 전국에서 몰려온 관광객이 기념관에서 구입한 기념품 수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향리나 연고지에 둥지를 튼다면 모든 영역의 지도급 인사가 은퇴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국가균형발전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 같다.

그 때 중앙일보
‘안풍’ 사건 특종

전직 대통령의 비리의혹 중에서 아직 규명되지 않은 것이 이른바 ‘안풍(安風)사건’이다. 김영삼 대통령(YS)이 수상한 돈을 안기부 계좌에 숨겨놓았다가 1995-96년 1200억원을 신한국당의 선거자금으로 주었다는 혐의다.

사건의 주역과 자금의 성격은 오랫동안 안개에 싸여있었다. 안기부 기조실장을 지낸 김기섭씨는 “내가 안기부 비자금을 집행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믿는 이는 별로 없었다.
중앙일보는 2004년 1월 13일자 특종보도를 통해 사건의 몸통이 YS임을 밝혀냈다. YS가 강삼재 당 사무총장에게 돈을 직접 주었다는 것이다.

고법은 안풍자금은 YS의 비자금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이 이를 인정하면 검찰은 수사를 다시 해야 한다. YS는 사법처리가 남아있는 유일한 전직 대통령이다.

김진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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