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올 여름 남성의 패션 코드 '노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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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아저씨 패션'의 화두는 '노타이'다. 대통령도 넥타이를 풀자고 목청을 높였다. 넥타이를 매지 않으면 체감온도를 2도 정도나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남편에게 셔츠만 입으라고 하려니 왠지 어색하다. 감색 정장에 하얀 와이셔츠, 검은색 정장 구두 차림은 막 상경한 시골 아저씨 같기 때문이다. 우리 남편 세련된 차림으로 만들 순 없을까? LG패션 마에스트로 방유정 디자인 실장과 함께 노타이 연출법을 알아봤다.

이런 구두가 찰떡궁합 레노마 남성화 담당 진동현 MD는 "노타이 패션에는 끈이 있는 정통 드레스화보다 모카 제품이 적합하다"고 말한다. 흔히'로퍼'라고 불리는 '모카(Mocca)' 신발은 낮은 굽의 밑창 일부가 구두 앞부분까지 올라와 있는 스타일을 말한다. 끈이 없어 바로 신고 벗을 수 있어 노타이 패션에 가장 잘 어울린다. 이런 구두가 없다면 가급적 끈 없는 구두를 이용하자. 너무 캐주얼한 스타일이 부담스러운 장년층이라면 매쉬 소재의 구두도 좋다. 매쉬 소재는 가죽을 그물처럼 성기게 짜 속이 들여다 보인다. 젊은 직장인이라면 스니커즈도 권할 만하다.

이런 가방으로 코디를 가방은 귀찮다며 안 들고다니는 직장인이 태반이다. 이들은 지갑이나 휴대전화, 수첩 등을 주머니 가득 채우고 다닌다. 하지만 남성복 디자이너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제발 가방을 갖고 다니라'는 것이다. 불룩한 주머니가 보기 흉하기 때문이다. 가을이나 겨울이라면 소지품들을 여기저기 주머니에 분산시킬 수 있지만 여름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재킷을 입지 않을 경우 주머니 수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가방으로 멋을 내라는 것이 아니라 소지품을 가방에 넣어 불룩한 주머니를 만들지 말라는 얘기다.

#재킷 안에 흰색 와이셔츠는 그만=노타이 패션에서 무늬 없는 흰색 와이셔츠는 피해야 할 조합 0순위다. 사무실에 도착해 재킷을 벗기까진 넥타이 없는 V존(정장 재킷을 입었을 경우 셔츠와 넥타이가 보이는 가슴 부분)이 단조로워져 전체적으로 밋밋해 보이기 때문이다. 넥타이를 매는 보통 정장에선 재킷보다 셔츠의 색이 연한 것이 기본이다. 넥타이가 포인트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타이 정장에 그냥 보통 와이셔츠를 입으면 심심해 보인다.

우선 장롱을 열어 줄무늬 셔츠가 있나 살펴보자. 스트라이프가 굵은 것이 멋을 내기엔 더 좋다. 셔츠 칼라는 사이가 벌어진 와이드형이 좋다. 또한 칼라의 높이는 일반 셔츠보다 높은 게 낫다. 넥타이가 있으면 셔츠의 목 부분을 조여줘 셔츠가 재킷 속으로 파묻히지 않게 해 주지만 노타이 정장에선 이런 지탱력이 없다. 셔츠의 칼라가 높아야 셔츠가 재킷에 파묻히지 않는다. 그래야 뒤에서 봐도 셔츠를 입은 것 같다. 혹시 남편이 흰색 와이셔츠를 고집한다면? 그렇다면 눈을 크게 뜨고 흰색 와이셔츠의 원단을 살펴보자. 원단에 선무늬 등의 조직감이 있는 셔츠를 고르면 된다. 조직감이 있는 원단은 빛을 받으면 광택의 느낌이 나기 때문에 단조롭지 않다.

#이참에 셔츠 하나 장만해 볼까?=찾아봐도 눈에 띄는 셔츠가 없다면? 하나 장만하는 수밖에. 그렇다면 어떤 디자인을 고를까. 방 실장은 "최근 유행 컬러인 그린 등의 밝은 원색 셔츠가 무난하다. 또 재봉선에 다른 색의 실을 사용한 배색 스티치나 셔츠 컬러와 다른 컬러의 단추 등으로 포인트를 준 셔츠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노타이 패션 중에서도 재킷을 입는 경우라면 반소매 셔츠가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재킷을 입지 않고 와이셔츠와 바지만 입는다면 긴소매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여름용 긴소매 셔츠들은 시원한 느낌의 소재가 많아 그리 덥게 느껴지진 않는다. 긴소매를 고를 경우엔 클레릭 셔츠(소매나 칼라가 전체 원단과는 다른 원단으로 만들어진 셔츠)를 선택해 보자. 전체 원단은 하늘색이나 스트라이프지만 소매와 칼라 부분은 흰색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색깔이 다른 소매나 칼라가 포인트 역할을 하는데, 이 곳에 자수로 무늬를 낸 경우 더욱 멋스럽다.

로가디스 화이트라벨 이현정 디자인 실장도 "셔츠 깃에 보석 모양의 단추를 달거나, 칼라나 앞섶에 자수를 놓은 장식적인 셔츠는 타이를 매지 않고도 멋스러운 V존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장은 뭘 입지?=정장도 셔츠와 잘 맞춰야 한다. 재킷을 입어야 한다면 전체 조화를 생각해야 하고, 재킷을 입지 않는다면 바지를 신경 써야 한다. 방 실장은 "스트라이프 등 무늬가 들어 있는 정장을 고르는 것이 좋다. 단색 정장을 입고 싶다면 광택있는 실크 느낌의 옷을 입어야 세련돼 보인다"고 말했다. 또 마(麻)나 리넨 소재도 괜찮다. 구김이 많이 가는 단점이 있지만 시원함 때문에 여름마다 나오는 전통 소재다. 그렇지만 리넨 정장을 살 땐 사이즈에 주의해야 한다. 크게 입을 경우 살쪄보일 수 있다.

재킷을 입을 경우 행커치프로 악센트를 줘보자. 일반적으로 행커치프는 넥타이의 색과 맞추거나 정반대의 색을 선택한다. 하지만 넥타이가 사라진 정장에선 재킷과 비슷한 계열의 색을 맞추는 것이 좋다. 너무 튀는 색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정신 없게 만든다. 혹시 집에 하얀색 실크 행커치프가 있다면 행운이다. 올 여름 유행하는 소품이기 때문이다.

#좀 더 과감해지고 싶다면=노타이 직장인들에게 금요일은 또 한번의 멋내기 기회다. 주 5일제 등으로 화려한 프라이데이 룩이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은 역시 꽃무늬 셔츠. 꽃무늬가 아직은 부담스럽다면 굵고 선명한 스트라이프 셔츠를 선택한다. 바지는 양복바지 대신 요새 유행하는 화이트나 베이지 계열의 바지가 좋다. 허리춤에 턱(접힌 부분)이 없거나 하나만 있는 것이 날씬해 보인다. 또 목에 매는 짧은 스카프나 흰색 벨트도 착용해 볼 만한 아이템이다.

조도연 기자 <lumier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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