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세 차례 만난 한·미 정상 “북 비핵화 노력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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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 20여 분간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동북아 정세 등에 대해 협의했다. 두 정상 간 양자 정상회담은 세 번째며, 지난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을 합치면 네 번째다. 한 호텔의 공간을 빌렸고 소파에 앉아 회담했다.

 두 정상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 “북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관련 국가들의 단합된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필요한 노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중국의 북핵 불용에 대한 의지가 과거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등이 최근 석방된 데 대해 직접 설명했고, 앞으로 북한 정세와 관련 대책에 대해 다양한 수준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어 두 정상은 지난 3월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3자 정상회담과 세 나라 간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박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관련해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에볼라 퇴치와 외국인 테러 전투원 등 각종 국제적 도전에 대처하는 데 있어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매우 인상 깊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의료진 파견에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두 정상은 갈라 만찬 등을 포함해 이틀간 세 번이나 만났다.

 주 수석은 또 “APEC 정상회의 종료 후 숙소로 돌아가려고 대기하던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박 대통령을 찾아와 인사를 건네며 짧게 환담했다” 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한·미 양측은 두 정상이 만나기 한 시간 전까지도 정확한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청와대는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시간, 형식에 관해 불명확한 브리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민경욱 대변인은 11일 오전 10시10분쯤(이하 현지시간) 순방 취재단에 “오늘 열린다는 것에 가능성과 무게를 두고 조율 중인데, 100%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일) 한·중 정상회담처럼 많은 수행원이 자리를 함께한 정식 회담 형식은 아니라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다 3시간 뒤인 오후 1시10분쯤이 돼서야 민 대변인은 “오찬 직후(1시45분)와 4시 이후 중에 하나를 고르느라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11일 한다’에서 ‘100% 확신 못 한다’로, 다시 ‘두 개의 시간을 놓고 조율 중’으로 브리핑이 오락가락한 것이다. 민 대변인은 오후 2시40분쯤에야 “두 정상은 2시부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유익한 협의를 했다”고 발표했다. 형식은 ‘약식’ 환담 형식이었다.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리는 양자회담이라는 걸 고려하더라도 회담 당일까지 시간·형식이 안갯속이었던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주 수석은 “양국 간 과제가 많이 풀려서 처음부터 이런 형식을 염두에 두고 회담을 추진하다 보니 회담 장소와 시간이 (통상 회담과 다르게) 결정됐다”며 “하지만 충분한 토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베이징=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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