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생 이미나·김주연, LPGA 정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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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이미나가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해먼드 플레인스 AP=연합]

▶ 1997년 골프부 창단식 때 이미나(왼쪽)와 김주연. [청주=연합]

충북 청주시 상당고는 축제 분위기다. 지난달 27일 1회 졸업생인 김주연(KTF)이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학교의 명예를 드높인 데 이어 18일에는 동기생인 이미나가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우승했기 때문이다. 불과 3주 사이에 1회 졸업생 두 명이 LPGA 투어를 잇따라 평정하자 학교 측은 정문에 쾌거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재학생들은 "선배들이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학교 명의로 축전까지 보냈다.

최철환 교장은 "개교 8년 만에 겹경사를 맞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골프 담당 이상암(46) 교사는 "미나는 학교 다닐 때부터 실력이 뛰어나 언젠가 큰일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이번 우승은 재학생들에게 용기와 꿈을 심어준 쾌거"라고 말했다.

이미나는 이번 대회에 우여곡절 끝에 출전했다. 2주 전 HSBC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5일간 120홀이 넘는 마라톤 레이스를 벌인 탓에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다. 주변에서는 "이번 대회를 건너뛰라"고 권유했지만 그는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캐나다행 비행기를 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행기마저 결항하는 바람에 공항에서 여덟 시간 이상을 기다린 끝에 가까스로 골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진맥진한 상태라 연습 라운드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퍼트 연습만 간신히 하고 대회에 나섰다. 첫날 1오버파를 친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그렇지만 이미나는 2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쳐 추격의 불을 댕기고, 3.4라운드에서 각각 3타씩 줄인 끝에 우승했다.

상당고는 1997년 개교와 함께 김주연.이미나 등 3명을 체육 특기생으로 받아들여 골프부를 창단했다. 김주연과 이미나의 선전 덕분에 골프 명문교로 급부상한 상당고는 지금까지 골프선수 10명을 배출했다.

청주=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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