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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로 주목 받아

중앙일보

입력

선재 스님은 홍시로 단맛을 내고 좁쌀을 넣어 발효시킨 좁쌀알타리김치를 선보이며 “제철 채소로 만들어야 김치의 맛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김장철이 돌아왔다. 염분 섭취를 줄이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짜고 매운 맛을 줄이고 감칠맛을 살린 이색 김치에 대한 관심이 크다. 대표적인 것이 사찰 김치다. 올 김장은 자극적인 양념 대신 제철 채소와 과일로 시원한 맛을 낸 사찰 김치를 담가보는 건 어떨까.

 김치는 유산균과 섬유질이 풍부한 대표적인 건강 음식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최근 김치의 인기가 다소 시들해졌다. 나트륨이 건강을 해치는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면서 김치가 나트륨 과다 섭취의 원인으로 화살을 맞게된 것이다.
 김치 소비량도 줄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2013)에 따르면 2012년 국민 1인당 하루 김치 소비량은 60.7g으로 2011년 68.6g 대비 11.5% 감소했다. 2007년 80.7g 대비 24.8%나 줄었다. 주부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김치를 담글 때 무조건 소금을 쓰지 않을 순 없기 때문. 그래서 상대적으로 소금 사용을 줄인 사찰 김치에 관심을 보이는 주부가 많다.

파·마늘·젓갈 대신 간장·된장으로 감칠맛 내
 사찰 김치는 우리나라의 절간에서 1700년 동안 전해내려온 음식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오면서 재료에 변화가 있었지만 기본적인 조리법은 그대로다. 오래전부터 책과 강연 등을 통해 사찰 김치의 효능과 담그는 법을 소개 하고 있는 선재 스님은 “김치는 대표적인 사찰 음식이다.해와 땅, 물과 바람 등 자연을 품은 생명체가 바로 김치”라고 설명했다.
 사찰 김치는 만드는 방법과 재료가 일반 김치와 다르다. 오신채(파·마늘·부추·달래·무릇)를 일절 넣지 않고 소금과 생강을 기본 양념으로 한다. 젓갈 대신 간장이나 된장으로 맛을 내고, 찹쌀풀 대신 보리밥·감자·호박 삶은 물을 넣기도 한다. 조리법만 보면 간도 안 되고 밋밋한 맛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홍시·사과·배 등 과일의 단맛, 소금·된장·간장으로 우려낸 짠맛이 어우러져 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강하다. 그 때문에 어린 아이는 물론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지난달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2014 이탈리아 세계슬로푸드대회’에서 한국의 스님들이 사찰 김치를 선보여 26만 명이 넘는 관람객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대회에 참석했던 선재 스님은 “사찰 김치를 맛본 외국인들이 ‘이런 김치는 처음 먹어 본다’며 놀라워했다. 파·마늘·젓갈이 들어가지 않아 김치를 잘 안 먹는 아이들이나 냄새 때문에 꺼리는 외국인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사찰 김치는 김치의 주재료로 쓰이는 무·배추·열무 이외에도 고들빼기·무청·갓·참나물·고구마순·연근·우엉 등 다양한 제철 채소를 사용한다.고춧가루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 매운맛을 내기 위해 썼던 제피 등 약초를 넣는 것도 특징이다. 제철 채소를 활용하는 만큼 레시피도 다양하다. 홍시를 넣어 단맛을 낸 홍시배추 김치, 된장으로 양념한 된장갓김치, 좁쌀을 넣어 발효시킨 좁쌀김치, 늙은 호박을 소금에 절여 양념한 호박김치, 연한 엄나무순을 절여 고춧가루와 집간장으로 버무린 엄나무순김치 등 선재스님이 소개한 레시피만 60여 가지가 넘는다.

저염식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재료
 언뜻 보면 사찰 김치는 염도를 낮춘 저염 김치로 보인다. 하지만 사찰 김치 역시 소금에 절이는 과정을 거친다. 선재 스님은 “일반 김치보다 김치를 적게 쓴다. 하지만 늦은 봄까지 오래두고 먹을 김치는 소금을 많이 넣는 편”이라며 “사찰 김치가 무조건 저염 김치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그는 “염분 때문에 김치를 반드시 저염식으로 만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전통 방식 그대로, 질 좋은 소금으로 담가 건강한 짠맛을 느끼는 것이 더 좋다”고 강조했다.
 사찰 김치는 우리 땅에서 자란 재료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선재 스님은 “제대로 된 사찰김치를 담그려면 자연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소금은 정제염 대신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 배추는 잎의 색깔이 초록색·노란색·흰색 세 가지가 선명히 보이는 것, 무는 무청과 연결된 부분에 연두색이 많이 보이는 것이 신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신도희 기자 toy@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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