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담뱃값과 세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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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일러스트=강일구]

Q 얼마 전 아버지께서 신문을 보시다가 “세금 더 거두려고 담뱃값까지 올리는구나”라고 혀를 찼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저도 기사를 봤는데 10월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담뱃값 인상은 사실상의 증세”라고 정부를 공격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에 자세한 전후 사정이 기재돼 있지 않아서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담뱃값과 세금 사이에 무슨 상관 관계가 있길래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A 틴틴경제 독자 여러분은 담배 한 갑의 가격이 얼마인지 알고 있습니까? 아버지 담배 심부름을 해본 친구들이라면 잘 알겠죠. 대부분의 국산 담배는 한 갑에 2500원입니다. 그런데 이 중 3분의 2가 세금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나요?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은 641원의 담배소비세, 321원의 지방교육세, 227원의 부가가치세로 총 1189원입니다. 여기에 ‘준조세’라 불리는 부담금, 구체적으로 354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과 7원의 폐기물부담금을 더하면 총 세금은 사실상 1550원이 됩니다. 생각보다 많죠? 담배 한 갑을 사면 자동으로 이 돈이 세금으로 징수된다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담배를 한 갑 당 4500원으로 올리려 합니다. 이렇게 되면 담배 한 갑에 부과되는 세금과 부담금은 총 3318원으로 껑충 뛰게 됩니다. 이게 바로 담뱃값 인상과 증세, 즉 ‘세금 인상’ 간의 상관 관계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담뱃값 인상을 통해 늘어나게 되는 세금이 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한국은 담뱃값 낮은 편 … 정부 “건강 목적”

 그런데 정부는 세금을 올려받기 위해 담뱃값을 올리는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담뱃값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담배를 끊는 사람들이 늘어나 국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가 제시하는 이유입니다. 실제 한국의 담뱃값은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합니다. 여러분의 친구들인 청소년들도 담배를 사는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액수죠.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전체 흡연율은 물론이고 청소년 흡연율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는 정부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해 담뱃값 인상 반대론자들은 정부의 설명을 선뜻 믿지 않습니다. 여전히 근본적 이유는 ‘세금 올려받기’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럴까요? 담배에 개별소비세를 새로 부과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우선적인 근거로 지목됩니다. 세금은 크게 국세와 지방세로 나뉩니다. ‘나라 국’(國)자가 들어가는 국세는 말 그대로 국가에서 거둬 국가 차원에서 사용하는 세금입니다. 지방세는 여러분이 거주하고 있는 광역시나 도, 시·군·구 등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징수한 뒤 그 지역에서 사용하는 세금입니다. 현재 담배에 부과되는 3개 세금 중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는 지방세이고, 부가가치세는 국세입니다. 정부가 추가하려는 개별소비세는 국세입니다. 반대론자들은 정부가 국가 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담배에 국세 항목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더 거두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부 입장에서 세금을 더 많이 거둬야 할 필요성은 있습니다. 쓸 곳은 많은데 세금이 잘 안 걷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금은 개인의 소득과 기업의 수익, 물품과 서비스의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 등에 부과됩니다. 경기가 좋아서 기업과 개인이 돈을 많이 벌고, 동네 슈퍼마켓이나 식당이 물건과 음식을 많이 팔아야 세금이 늘어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경기가 나빠 세금이 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2012년과 지난해의 경우 2년 연속으로 세금이 당초 목표액에 미달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올해도 목표에 8조~9조원 정도 미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의 진단입니다.

인상 반대론자 “세금 더 걷기 위한 편법”

 국가는 매년 예산이라는 것을 짭니다. 이듬해에 어느 사업에 어느 정도의 나랏돈을 쓰겠다고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죠. 여기에 사용되는 나랏돈은 3분의 2 정도를 세금에서 충당합니다. 세금이 예상보다 적게 들어오면 계획했던 사업에 돈을 쓰지 못하게 되거나 빚(국채)을 내야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빚이 늘어나 나라 살림의 토대가 흔들리게 되겠죠. 더구나 정부는 나랏돈을 많이 지출해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20조원이나 더 많이 책정했습니다. 세금은 잘 들어오지 않는데 돈 쓸 곳은 더 많아졌다는 얘기입니다. 이래저래 정부 입장에서는 세금액수를 늘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겁니다.

 하지만 증세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 시절 핵심 공약 중에 ‘증세없는 복지’라는 게 있습니다. 세금을 올리지 않고 복지 지출을 늘리겠다는 겁니다.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사회 복지 측면에서는 많이 뒤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올 초에도 서울 송파구에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세 모녀가 자살하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졌죠. 복지 지출을 늘리는 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나랏돈이 굉장히 많이 들어갑니다. 이 때문에 ‘증세없는 복지’는 허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박 대통령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아 정부도 공식적으로는 증세를 언급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또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함부로 세금을 올렸다가는 기업이나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켜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소지도 있습니다. 세금을 올렸을 때 예상되는 납세자들의 반발, 다시 말해 ‘조세저항’도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입니다. 정부가 대통령 공약도 지키고, 납세자 저항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담배가격 인상안이라는 ‘편법 증세’ 또는 ‘우회 증세’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증세 논란이 불거진 참에 아예 증세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자는 주장도 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나라 살림의 기초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튼튼한 만큼 세금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담배가격과 세금 문제의 연관성, 증세 논란이 제기되는 배경을 어느 정도 이해하셨나요? 증세 문제가 또 제기될 경우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신문이나 방송 뉴스를 지켜본다면 이해하기가 더 쉬울 거라 생각합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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