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 거장 앙상블 '중세 도시' 홀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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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右)와 함께 브람스의 "2중 협주곡"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서민정씨. 15일 체코에서 열린 체스키 크룸로프 국제 음악제 개막 공연이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자동차를 타고 남쪽으로 2시간 달려 도착한 체스키 크룸로프. 블타바 강 상류가 말발굽형으로 휘돌아 가는 이 마을은 중세의 숨결을 고이 간직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라제브니츠키 다리 위에서 물줄기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유네스코가 1992년 마을 전체를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이유를 알 것 같다. 화가 에곤 쉴레의 고향이기도 한 이 곳은 '작은 프라하'로 불리며 최고의 관광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15일 체스키 크룸로프 성(城) 정원 잔디밭에 꾸민 특설 무대에 바이올리니스트 서민정(25.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씨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57)가 협연했다. 신예와 거장이 함께 연주한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페트르 알트리히터(프라하 심포니 수석 지휘자)가 지휘하는 프라하 방송 교향악단도 함께 공연했다.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체스키 크룸로프 국제 음악제의 개막 연주였다.

서민정씨는 2001년 독일 이프라 니만 국제 콩쿠르 우승자로 도쿄.오사카.모스크바 무대에 섰던 인물. 이날 탄탄한 기본기와 치밀한 앙상블로 프로다운 면모를 마음껏 과시했다.

체코 최고의 관광지에서 열리는 국제 음악제의 개막 공연이어서 바클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총리, 산업통상부 장관, 문화부 장관, 외교부 장관과 기업 총수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연주가 끝난 뒤 미샤 마이스키는 "서민정씨는 탁월한 테크닉과 깊이 있는 음악성을 갖춘 연주자"라며 "앞으로도 좋은 활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최측은 혹시라도 비가 내리면 바로 옆에 있는 겨울 승마학교 강당(840석)으로 장소를 옮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었다. 승마학교는 오스트리아 로로코 양식의 건물로 최근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장소를 이전할 필요는 없었다.

8월 27일까지 계속되는 음악제의 입장료는 ▶실내악 300~500 코루나(약 1만5000~2만5000원)▶오케스트라 500~750 코루나(약 2만5000~3만7000원)▶만찬을 포함한 오케스트라 900 코루나(약 4만5000원)다. 연주 장소도 다양해 재즈는 교회장, 오르간 독주는 교회당, 실내악은 18세기 궁정의 거실이었던 가면무도회 홀 등이다.

8월 20일 겨울승마학교 강당에서 열리는 체코 방송 교향악단(지휘 블라디미르 발렉) 공연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첼리스트 다니엘 바이스와 베토벤의 '3중 협주곡'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김미경씨는 로베르트 푹스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려준다. (www.czechmusicfestival.com)

체스키 크룸로프(체코)=글.사진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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