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영화] EBS '비밀의 화원'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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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의 화원에 피어난 사랑

비밀의 화원(EBS 밤 10시)= 프란시스 버넷의 유명한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버려진 저택을 발견한 한 소녀가 그 곳에서 친구를 사귀고 황폐한 정원을 사랑으로 가꿔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유로파, 유로파’로 골든 글로브 상을 받는 등 폴란드의 촉망받는 여성 감독인 아니예츠카 홀란드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이 영화로 할리우드에 데뷔한 감독은 이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토탈 이클립스’를 만들기도 했다.

사고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메리(케이트 메이버리)는 이모부가 사는 영국의 대저택으로 이사한다. 상처한 이모부는 슬픔에 잠겨 메리를 등한시한다. 하녀장인 미스 메들록(매기 스미스)은 메리에게 집 안에만 있으라고 명령한다.

미스 메들록의 눈을 피해 정원을 쏘다니던 메리는 이 저택 안에 죽은 이모의 아들 콜린(히든 프로우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열살 소년 콜린은 몸이 약해 바깥 출입을 거의 할 수 없다.

메리는 친구 딕콘(앤드류 노트)과 함께 콜린을 휠체어에 태워 몰래 집을 나온다. 콜린에게 걷는 법을 가르치는 메리. 음산하던 저택은 차츰 아이들의 웃음 소리로 따뜻하게 바뀌어가기 시작한다.

꼬장꼬장한 하녀장 미스 메들록 역의 매기 스미스는 영국에서 남자의 ‘서(Sir)’에 해당하는 ‘데임’칭호를 받은 원로 배우로 젊은 관객에겐 ‘해리 포터’시리즈의 맥고나걸 교수로 친숙하다. 원제 The Secret Garden. 1993년작. 전체 시청가. ★★★☆(만점 ★5개)

*** 네가 재칼을 유인해라

어싸인먼트(MBC 밤 11시10분)= 변신의 귀재로 불렸던 희대의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재칼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물. 재칼을 소재로 한 영화 중에 꽤 볼만한 영화로 꼽힌다. 지금은 좀 낡은 느낌이지만 냉전 시대의 첩보전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미 해군 소령 라미레즈(에이던 퀸)는 이스라엘을 여행하다 모사드 요원에게 체포된다. 그는 용모가 테러리스트 재칼과 똑같다는 이유로 오인 받아 잔혹한 고문을 당한다. CIA와 모사드는 사실을 알게 되자 오히려 그의 외모를 이용, 재칼을 유인해 체포하려고 한다.

혹독한 첩보 훈련을 거치는 동안 라미레즈는 자신 안에 악한 본능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깨닫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도널드 서덜랜드·벤 킹슬리 출연. 감독 크리스천 더과이. 원제 The Assignment. 1997년작. 19세. ★★★

*** 컴퓨터 범죄집단과 대결

네트(KBS2 밤 10시50분)= 컴퓨터 범죄 집단에 걸려든 한 프로그래머를 다룬 스릴러다. ‘사랑이 머무는 풍경’의 어윈 윈클러 감독이 연출했다. 컴퓨터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요즘 심각하게 제기되는 개인의 정체성 문제를 그려냈다.

새로 나온 소프트웨어의 결함(버그)를 잡아내는 유능한 프로그래머인 안젤라(산드라 블록)는 친구를 통해 우연히 입수한 음악용 소프트웨어를 분석하면서 심각한 위험에 빠진다. 그 프로그램 안에 미국 연방정부의 극비 정보가 담겨있었던 것.

안젤라는 휴양지에서 만난 잭(제레미 노덤)에게 반해 하룻밤을 지내지만 이후 그녀에 관한 정보는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모두 사라진다. 그리고 컴퓨터 범죄집단의 검은 그림자가 그녀를 압박해온다. 원제 The Net. 1995년작. 15세. ★★★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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