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권 주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인 문재인 의원이 본지 인터뷰(11월7일자 8면)에서 "미리 정해진 룰에 따라 (당 대표)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고 밝히면서다. 문 의원은 "룰에 손을 대면 모든 요구가 분출돼 당이 더 큰 분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당 내 비노(비 노무현) 진영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당 대표·최고위원' 통합선거 움직임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새정치연합의 당헌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은 분리해 선출한다'고 돼 있다. 지난해 5·4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선 '전국대의원대회 대의원 50%+권리당원 30%+국민여론조사 20%'의 방식으로 김한길 의원이 선출됐다. 이대로 이번 선거를 치르자는 게 문 의원의 주장이다.
분리방식일 경우 경선 출마자들은 '당 대표' 혹은 '최고위원' 선거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만약 '강자'들이 대표 경선에서 패배할 것을 우려해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다면 그 자체가 불명예다. 반면 통합선거를 치르면 1위를 못해도 순위에 따라 최고위원이 될 수 있다. 최고위원이 되면 다음 총선의 공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계파 수장들 입장에선 통합선거 쪽이 부담이 작다.
당 대표 출마가 예상되는 주자들은 겉으론 "아직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밝힐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물밑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당 내 최대 계파인 친노계와 가까운 정세균 의원은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꾸 룰을 바꾸면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룰을 바꾸자는 건 속내가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게 좋은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노 진영에 속하는 박지원 의원은 이날 다른 방송에서 "통합선거를 하면 당 대표를 나왔던 분들이 순위에 따라 최고위원이 되기 때문에 우리 당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파벌 정치가 어느 정도 용해된다"고 주장했다.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문 의원을 겨냥해 "대권 후보는 일반적인 당무보다 대권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며 "만약 대권 주자가 당권을 이끈다고 하면 여러 가지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손가락질을 많이 받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 내에선 "유력한 대표 후보인 문 의원의 당선을 막기 위해 비노 세력들이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을 '비노 단일 후보'로 내세울 것"이란 관측도 돌고 있다. 김동철(3선·광주 광산갑), 김영환(4선·안산 상록을), 추미애(4선·서울 광진을), 조경태(3선·부산 사하을) 의원 등도 당 대표 출마가 유력하다. 원외에선 김부겸 전 의원이 비노 진영으로부터 출마 요구를 받고 있다.
이윤석 기자 american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