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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릎에 꼭 맞는 인공관절 … 3D프린터로 오차 '제로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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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맞춤형 무릎인공관절 수술은 환자의 무릎 모양을 정확히 계측해 합병증을 줄인다. 사진은 강동연세사랑병원 조승배 원장이 환자에게 수술법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 강동연세사랑병원]

맞춤·재생의학의 꽃으로 떠오르는 3D 프린터가 무릎 인공관절수술의 치료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3D 프린터는 컴퓨터에 입력된 설계도에 따라 입체적인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신기술이다. 강동연세사랑병원 조승배 원장은 “3D 프린터를 활용한 맞춤형 인공관절은 환자 개인의 무릎 모양과 손상 정도를 정밀하게 예측하는 진일보한 인공관절 수술”이라며 “지난해 세계적으로 4만례 이상 시행된 첨단기법”이라고 말했다.

생김새가 다르듯 몸 속 장기도 사람마다 모양이 각양각색이다. 특히 무릎관절은 인종·생활습관·관절염 진행 정도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다.

강동연세사랑병원 선보여

양반다리·쪼그려앉기 같은 좌식생활에 익숙한 한국인은 관절의 중심(내측) 부분이 빨리 닳아 없어지는 식이다. 관절염 진행 정도에 따라 남아 있는 연골 두께라든가, 주변 뼈들이 우둘투둘하게 자라는 증상도 있다. 인공관절을 끼워넣을 때 정밀한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조승배 원장은 “인공관절 수술 전에는 X선· MRI(자기공명영상촬영)로 환자의 무릎관절이 손상된 정도와 주변의 인대·뼈 상태를 살핀 다음 어디를 어느 정도 잘라내고 다듬어야 할지 결정한다”며 “그렇지만 막상 무릎을 열어 보면 예상했던 손상 범위와 무릎 관절의 모양이 다른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사전에 무릎 모양과 손상 정도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면 무릎을 절개한 상태에서 계측도구를 활용해 다시 치수를 재고 손상 부위를 다듬어야 한다. 수술시간이 길어지면 출혈이나 폐부종·하지정맥혈전증·폐색전증 같은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

 사전 계획단계에서부터 다듬어야 할 관절 부위를 세밀하게 측정할수 있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인공관절 수술에서 오차범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3D 프린터다. 3D 프린터를 활용한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다.

수술 1~2주 전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로 환자의 무릎관절을 3차원 이미지로 만들어낸다. 관절 모양과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다. 설계가 끝난 3차원 이미지는 3D 프린터로 출력한다. 출력한 모형 관절을 통해 환자의 관절에서 닳아 없어진 연골 두께와 모양을 정확히 볼 수 있다.

골반-발목 잇는 중심축까지 정확히 맞춰

3D 맞춤형 인공관절의 또 다른 강점은 인공관절을 다리 중심축에 맞게 정확히 끼워넣는다는 점이다. 조승배 원장은 “고관절에서부터 발목까지 이어지는 무게중심의 축이 있다. 몸무게를 지탱하는 주요 요소”라고 말했다. 계측에 오차가 생길수록 한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려 인공관절의 특정 부위가 빨리 닳게 돼 수명이 줄어든다.

 무게중심에 맞게 인공관절을 잘 끼워넣었는지 여부는 수술 후 환자 만족도를 좌우한다. 조승배 원장은 “무게중심이 잘 맞으면 관절을 움직일 때 삐걱거리는 불편함이나 통증이 준다”고 말했다. 위뼈와 아래뼈가 맞물려 돌아가는 무릎관절은 퍼즐 조각처럼 딱 들어맞는 정밀함이 요구되는 수술이다.

 수술에 사용하는 도구 역시 3D 프린터로 맞춤 제작한다. 인공관절이 가장 적합한 위치에 정확히 삽입할 수 있도록 환자의 관절 부위를 깎고 다듬는 절삭 유도장치다. 조 원장은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수술도구다. 손상 조직의 위치와 각도를 정확하게 측정해 잘라낼 수 있다”고 말했다.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미국에서는 2009년부터 시행됐다. 국내에서는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고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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