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동업] LG·삼화페인트·㈜삼천리…대 이은 끈끈한 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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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하면 역시 LG가 떠오른다. 먼 사돈 사이였던 고 구인회 회장과 고 허만정 회장은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로 동업을 시작했다.

치약을 팔던 이 회사가 번창해 금성사를 거쳐 LG가 됐고, 이 과정에서 두 집안의 3대가 모두 회사에 뛰어들었다. 돈이 모이다 보면 다툼도 벌어질 법한데, 두 가문은 그렇지 않았다. 2대 회장인 허준구 회장이 작고했을 때, 구자경 명예회장이 5일장 내내 빈소를 지킨 것이 두 집안의 끈끈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 당시 재계에서 '허.구씨 상가'라는 말이 돌았다. 이런 LG가 지난 3월 LG와 GS로 분리됐다. 그간 물러서 있던 허씨 일가가 경영 참여를 선언했기 때문. 그러나 두 집은 결별 절차를 밟으면서도 서로를 배려했다는 후문이다.

삼화페인트도 잘 알려진 동업 회사 중 하나다. 창업주는 고 김규복 회장과 고 윤희중 회장. 이들은 49년 삼화페인트의 전신인 동화사업을 창업하면서 한 배를 탔다. 이들의 동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역할 분담. 페인트 사업으로 잔뼈가 굵은 김 회장은 영업 등 '바깥일'을 맡았고, 일본 유학파인 윤 회장은 회계.인사 등 '집안일'을 챙겼다. 이런 분업은 2세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현재는 김장연 사장과 윤석영 부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연탄으로 유명한 ㈜삼천리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동업 회사다. 평양에서 나란히 식료품 장사를 하던 고 유성연 회장과 고 이장균 회장은 한국전쟁 때 월남한 뒤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정한 원칙은 지분을 똑같이 나눈다는 것. 이 원칙은 아들들도 고스란히 지키고 있다.

김경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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