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어렵더라도 회사는 재건돼야한다|공연토건·일신제강의 오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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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철희·장영자씨 부부사기사건으로 공영·일신 등 두 회사가 파산한지도 20일. 두 회사는 경영최고책임자가 검찰에 구속되고 대부분의 중역진과 핵심간부사원들이 물러난 가운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있다. 특히 법정관리로 넘어간 공영토건은 변강우 전 사장 대신 공영산하 동해생명사장으로 있던 우재구 사장이 새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한차례 인사태풍을 거쳤다. 16명의 중역과 간부사원 6명의 사표가 수리된 인사소용돌이에서 『변 사장파 거세, 우 사장파 기용』 등 갖가지 인사잡음과 뜬소문마저 일어 일반 사원들의 회사재건 노력과는 다리 집안싸움이 일고 있는 듯한 인상을 남기고있다.

<공영토건>외부인 경영참여 땐 인화 깨질 우려|인사태풍에 전전긍긍
공영토건은 부도소식이 외부에 알려진지 20일이 지났지만 보전관리 상태에서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국내외 공사장에서 계속 공사를 하고 있다.
아직은 불투명한 회사전망을 이유로 단1명의 평사원도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종업원 급료도 종전과 마찬가지로 차질 없이 주고있다.
종업원들이 우려하는 것은 인사태풍. 종업원들은 회사가 곧 법정관리 체제로 재정비되면 건설회사의 체질이 몸에 배지 않은 사람들이 경영진에 들어와 지금까지의 인화가 깨질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건설업체의 특성을 무시하고 일반업체 다루듯 하면 인적자원이 유일한 자산인 건설업체는 외부지원에 관계없이 즉시 무너지고 만다는 것.
지난 8일 첫 번째 인사태풍이 일었다. 부장급이상 전 임직원이 일괄사표를 제출하고 9일 중역16명·부장6명의 사표가 수리됐다.
사표수리 명분은 경영쇄신과 단합.
대부분의 사원들은 『오랫동안같이 지낸 동료가 회사를 떠난 것이 가슴아프다』면서도 『이번 파동의 한몫을 공영이 차지했으니 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체념으로 받아들였다.
사표가 수리된 22명 중 5명은 변민우 부사장 등 변강우 사장과 인척관계에 있던 사람이었고 나머지는 인척은 아니었으나 이번 사건에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것이 표면상의 이유.
그러나 일부 직원들은 『왜 그들이 물러나야하느냐. 이런 때일수록 서로 힘을 합쳐 난국을 타개, 하루 빨리 부채를 정리하고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놔야 할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하며 앞으로 올 또 다른 태풍을 경계했다.
윤동석감사부장(40) 은 『직장인도 희망·안정·기대감 때문에 일을 하는데 안정이 깨지면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다』며 하루 빨리 조직이 안정되고 구심점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일부간부들도 건설업체는 제조업체와 달리 기술축적 구성원의 단합과 신뢰가 있어야만 살수 있는데 이러자면 현재의 인적자원을 그대로 유지해야한다고 말했고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공헌한 재무장관의 국회약속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무실에만 앉아있던 사람이 건설업체의 경영을 맡으면 건설현장의 특성을 이해 못해 심한 간섭을 하게되고 수주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
지난 9일 사표가 수리된 윤지현씨(47·연수부장)는 『회사가 불안할 때 제일 우수한 사람이 가장 먼저 회사를 떠나게 마련』이라며 이 같은 사태가 올 것을 우려했다.
전 기획실장 변원우씨(33)는 『변 사장이 구속돼 처벌을 받는 것은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할 수 없겠지만 회의사가 흔들려 기업이 쓰러지면 변 사장은 영원히 이 사회에서 구제 받지 못한다』면서 당국이 최선을 다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석구기자>

<일신제강>새주인 등장해도 취업 보장돼야 한다|조속한 법정관리바라
『우리는 일하고 싶다-』 사무실과 작업장 곳곳에 내걸린 구호가 일신제강 2천여 종업원들의 근로의지와 절박한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지만 회사의 진로는 아직 안개 속에 묻혀있다.
일신제강의 3개 생산공장이 조업을 중단한 것은 지난 11일. 그 후 주창균 회장과 배길훈 사장이 구속됨으로써 회사의 운명은 은행의 공매처분에 맡겨진 채 안타까운 나날을 보내고있다.
종업원들은 지난 11일 「자활대책위원회」(위원장 양승기 총무과장)를 구성, 일신제강의 진로와 종업원 사후대책을 함께 논의하기로 하는 한편 조속한 정상조업을 위해 질서를 지키기로 했다.
대부분의 종업원들은 상오 8시에 정상출근, 각자의 잡무를 정리하고 정상가동에 대비한 기계 기름칠과 청소 등을 거르지 않고 있다.
사무직 종업원들도 인수인계에 대비, 서류를 정리하는 등 일거리를 찾고있지만 일손이 제대로 잡힐리 없어 자리를 뜨는 일이 잦다.
이사급 18명을 포함한 전체종업원 2천20명 중 그동안 이직을 하거나 자리바꿈을 한 직원은 아직까지 한 명도 없다.
일신제강의 주거래 은행인 상업은행은 6월15일 1차 공매, 7월15일 2차 공매 일정을 잡고 있으나 종업원들은 법정관리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정상가동을 시켜주길 원하고있다.
공매가 실시될 경우 가동시기를 점칠 수 없어 특수기계시설 손실은 물론 수출과 국내수요 공급에 미칠 타격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종업원들은 새주인이 나타나더라도 자신들의 취업이 제대로 보장되고 임금·퇴직금 등도 명쾌히 해결될지 불안하기만 하다.
그동안 생산직 종업원 1천5백여명에게 지난 7일 지급됐어야할 임금 3억2천여만원은 지난 17일 은행측의 추가 대출로 해결되었으나 25일 지급될 관리직종업원 4백50여명의 봉급1억5천여만원은 아직 밀려있는 형편이다.
은행측은 채권확보를 위해 그동안 5∼6차례나 압류처분을 하러 공장에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종업원들이 출입을 막는 바람에 인천공장의 일부에만 압류딱지를 붙였을 뿐 부산과 오류동공장엔 손을 못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오류동공장의 종업원들은 27일부터 조관공장의 일부 라인을 가동시켜 「펜타이트 파이프」 생산을 재개, 자체 결속의 뜻을 보이고있다.
「펜타이트 파이프」는 엽연초 건조용 비닐하우스, 건축자재로 6월15일까지 엽연초조합에 2천t을 납품키로 계약된 것.
종업원들이 스스로 결정해 가동을 재개한 것은 자신들의 근로의지를 표시한 것 이외도 파이프 납품이 제대로 안될 경우 연초재배농가가 큰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
자활대책위원들은 26일 상오 나웅배 재무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회사 법정관리 ▲전체종업원 재고용 ▲임금과 퇴직금해결 ▲생산l관리직사원의 일괄취업 ▲단체협약 지속 등 5가지 건의안을 제츨했다.
나 장관은 이 자라에서 6월말∼7월초쯤엔 회사를 정상화시키도록 최선을 다하며 과장급 이상 간부(1백3명)를 제외한 전체종업원의 재고용과 임금 해결 등을 약속했다.
한때 집단시위까지 벌여 명확한 대책을 얻어내려던 종업원들은 나 장관의 답변에 어느 정도 안도의 빛을 보이며 질서를 지키고 있으나 상황변화에 따라 어떤 「움직임」이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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