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바람만 안 불면 72언더파" 조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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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발원지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 올드 코스. 세계의 골프광들이 죽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라운드하고 싶어하는 곳. 황량한 벌판에 키 높이만 한 러프가 무성하고, 112개의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거센 빗줄기와 사나운 바람은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 40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그곳에서 5년 만에 다시 브리티시 오픈이 열린다.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엔 무섭게 퍼붓는 빗줄기와 거센 바람이 불청객이다. 키 높이와 맞먹는 벙커와 웃자란 러프도 변함없다. 사진은 평원 위에 펼쳐져 있는 코스 전경. [골프다이제스트코리아 제공]

14일 오후(한국시간) 개막하는 브리티시 오픈은 올해로 134회를 맞는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오픈'이라는 뜻에서'디 오픈(The Open)'으로 불린다. PGA투어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이자 유럽 프로투어를 겸하는 빅이벤트다. 우승상금만 130만 달러(약 13억원)다.

팬들은 2000년 대회에서 우승했던 타이거 우즈(미국)의 포효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100년을 넘는 대회 역사상 최저타수(19언더파) 기록을 세우며 공동 2위 어니 엘스(남아공)와 토마스 비욘(덴마크)을 8타 차로 눌렀다.

이번에도 그는 우승 후보 0순위다. 영국의 도박사들은 우즈의 우승 배당률을 4 대 1로 내다본다. 1000원을 걸면 그가 우승할 경우 4000원을 준다는 뜻이다. 개막을 앞두고는 5 대 2로 낮아졌다. 배당률이 준 것은 그만큼 우승 확률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챔피언이자 지난해 2위인 어니 엘스와 세계랭킹 2위 비제이 싱(피지)의 배당률은 8 대 1이고, 1995년 우승자인 존 댈리(미국)의 배당률은 무려 100 대 1이다.

1995년, 2000년에 이어 이 코스에 세 번째로 서는 우즈는 13일 공식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마추어 시절(95년) 이 코스에서 열린 브리티시 오픈에 처음 출전했다. 공을 멀리 치는 데는 자신 있었다. 그런데 공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었다(그는 4라운드 합계 7오버파로 공동 68위를 했다). 그렇지만 이번엔 다르다. 2000년 이 코스에서 우승한 이후 자신감이 생겼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 코스 길이를 7115야드에서 7279야드로 늘려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즈는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4일 동안 72언더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농담으로 자신감을 표현했다.

지난달 PGA투어 은퇴를 선언했던 '황금 곰' 잭 니클로스(미국)는 이번 대회에서 브리티시 오픈과도 작별한다. 이 대회 세 차례 우승 가운데 두 번(70년, 78년)을 이 코스에서 만들어 냈던 그는 은퇴 무대도 올드 코스로 선택했다.

한국에서는 최경주(나이키골프).허석호.양용은(카스코) 등 3명이 동시에 출전한다. 지난해 브리티시 오픈에서 공동 16위에 올랐던 최경주는 이번에 브리티시 오픈에 여섯 번째 도전하지만 올드 코스는 처음이다.

SBS골프채널이 14~17일 매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30분까지 생방송으로 중계한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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