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천성산병(病)의 전염을 우려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의 공동환경조사가 하염없이 표류할 조짐이다. 철도시설공단과 환경단체는 6월부터 3개월간 공동조사를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공단이 펴낸 천성산 공사자료집의 일부 내용에 천성산대책위원회가 반발해 교착상태에 빠졌다.

공단 측은 그동안 지율스님이 세 차례나 합의를 파기했다는 내용을 자료집에 삽입했다. 양측이 시추공을 뚫을 위치와 사용 장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예민한 상황에서 상대를 자극했다. 그렇다고 이를 트집 잡아 막무가내로 버티는 환경단체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공단 측이 이미 자료집 내용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환경단체는 "인터넷을 통한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거나 "공단 측이 공동조사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불공정한 행위를 하고 있다"며 몇 달째 조사를 지연시키고 있다. 국가기간망 공사가 정부 산하 공단과 환경단체의 감정싸움, 기싸움 대상이 되는 한심한 나라다.

이런 행태가 반복된다면 국책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천성산병은 벌써 호남고속철에도 재연될 조짐이다. 고속철 분기점이 충북 오송으로 결정되면서 계룡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12㎞의 터널공사 역시 갈등에 휘말릴 소지가 다분하다. 이미 대전.충남지역 환경단체들은 계룡산 터널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정부의 대응방식이다. 최근 정부 여당은 국책사업 사업시행자에게 환경영향평가에 이어 갈등영향분석까지 맡기는 갈등관리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모든 부담을 민간사업자에게 떠넘기겠다는 발상이다. 법안대로라면 비용이나 효율은 뒷전이 되고 환경단체 눈치만 보게 되어 있다.

국책사업의 표류는 결국 세금 낭비다. '국책사업 지연으로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정부의 자체 진단이다. 정치적 고려에 따라 불쑥 결정해 놓고 추진 과정에서 불거지는 공사 차질이나 예산낭비는 나 몰라라 해선 곤란하다. 국가사업에 대해서는 환경단체나 주민을 설득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갈등관리센터를 만들어 불씨를 사전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 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의 공동환경조사가 하염없이 표류할 조짐이다. 철도시설공단과 환경단체는 6월부터 3개월간 공동조사를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공단이 펴낸 천성산 공사자료집의 일부 내용에 천성산대책위원회가 반발해 교착상태에 빠졌다.

공단 측은 그동안 지율스님이 세 차례나 합의를 파기했다는 내용을 자료집에 삽입했다. 양측이 시추공을 뚫을 위치와 사용 장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예민한 상황에서 상대를 자극했다. 그렇다고 이를 트집 잡아 막무가내로 버티는 환경단체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공단 측이 이미 자료집 내용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환경단체는 "인터넷을 통한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거나 "공단 측이 공동조사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불공정한 행위를 하고 있다"며 몇 달째 조사를 지연시키고 있다. 국가기간망 공사가 정부 산하 공단과 환경단체의 감정싸움, 기싸움 대상이 되는 한심한 나라다.

이런 행태가 반복된다면 국책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천성산병은 벌써 호남고속철에도 재연될 조짐이다. 고속철 분기점이 충북 오송으로 결정되면서 계룡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12㎞의 터널공사 역시 갈등에 휘말릴 소지가 다분하다. 이미 대전.충남지역 환경단체들은 계룡산 터널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정부의 대응방식이다. 최근 정부 여당은 국책사업 사업시행자에게 환경영향평가에 이어 갈등영향분석까지 맡기는 갈등관리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모든 부담을 민간사업자에게 떠넘기겠다는 발상이다. 법안대로라면 비용이나 효율은 뒷전이 되고 환경단체 눈치만 보게 되어 있다.

국책사업의 표류는 결국 세금 낭비다. '국책사업 지연으로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정부의 자체 진단이다. 정치적 고려에 따라 불쑥 결정해 놓고 추진 과정에서 불거지는 공사 차질이나 예산낭비는 나 몰라라 해선 곤란하다. 국가사업에 대해서는 환경단체나 주민을 설득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갈등관리센터를 만들어 불씨를 사전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