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바다보러 가자"…법원,10대 처제 강간하려던 형부 징역 3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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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처제를 강제추행한 20대 남성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성지호 부장판사)는 처제 A(17)양을 해수욕장 모텔로 데려가 강제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로 기소된 김모(22)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지난 8월 6일 오전 1시 30분쯤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김씨는 집 앞 놀이터에 있던 처제를 만나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집으로 들어갔다. 김씨는 1시간째 잠을 못이루다 처제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낚시 가자. 넌 드라이브 가고”

잠시 뒤 A양이 답장을 보내왔다.

“둘이서요? 지금 시간에요? 술 드셨잖아요?”

A양은 결국 김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날 오전 4시쯤 김씨가 운전하는 차에 올랐다. A양의 아버지이자 김씨 장인어른의 차였다. 둘은 어둑새벽에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잠시 해변을 산책하던 김씨가 A양에게 인근 모텔에서 함께 자고 가자고 제안했다.

“출근 시간이 10시 30분인데 여기서 자고 갈까 싶어. 불편하면 얘기하고.”

A양은 “아버지가 아침에 차를 사용하지 않겠냐”며 반대했다. 하지만 집으로 갈 마땅한 교통편이 없어 김씨와 함께 숙박업소로 들어갔다. 김씨가 “술 마시며 얘기나 하자”며 술을 사왔지만 A양은 모텔에 들어온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A양에 따르면, 이후 김씨가 침대 위로 올라와 자신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고 옷 속에 손을 집어넣는 등 강제추행을 시도했다고 한다. 또 A양이 침대에서 빠져나오려 하자 김씨가 뒤에서 안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A양이 “지금 집에 가겠다”며 강하게 저항하자 그제서야 "가려면 너 혼자 가라”며 화를 내고 잠이 들었다는 게 A양의 진술이다. 모텔을 빠져나온 A양은 친구에게 울면서 전화를 걸었다. A양은 친구가 불러준 콜택시를 타고 이날 오전 9시쯤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김씨는 법정에서 A양의 진술을 반박했다. "이혼하려는 부인이 유리한 입장에 서고자 함정을 판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같이 모텔로 들어가 술을 마셨지만 잠만 잤을 뿐 강제추행한 기억은 없다. 처제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양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둘이 우연히 만나 김씨 제안으로 바닷가를 간 것’이 부인 측의 계획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 과정에선 김씨의 혐의를 뒷받침 하는 문자 메시지도 증거로 제출됐다. 김씨는 사건 당일 저녁 장모 최모씨에게 이런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제가 다 잘못입니다. 벌 받겠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씨는 다음날 밤 12시 35분쯤에도 “(처제를) 불러낸 것부터 잘못입니다. 술 먹었다는 핑계로 도망치지 않겠습니다”란 문자를 장모에게 보냈다. 재판부는 이 문자들을 근거로 “법정에서 범행을 전면 부인하는 것과 달리 잘못을 인정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김씨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으며 배심원 7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김씨에 대해 유죄 의견을 제시했다. 성지호 부장판사는 "17세의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의 언니이자 피고의 부인 그리고 가족들 전부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피고인은 거짓 변명으로 일관하며 전혀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성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한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한편 재판에서는 김씨가 사건 당일 음주 운전을 한 점도 처벌 대상으로 인정됐다. 김씨는 지난 4월 28일 혈중알콜농도 0.237%의 만취한 상태로 차를 몰다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이서준 기자 be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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