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에 "탈 영국"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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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말비나스(포클랜드) 사태가 터진 이후 아르헨티나인들의 반영 감점이 고조되자 아르GPS티나에 있는 영국계 주민들이 다투어 아르헨티나로 귀화하고있다.
현재 아르헨티나에는 1만7천명 정도로 추산되는. 영국계 주민들은 영국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언젠가는 영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서 다른 민족보다 귀화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황이 4월의 포클랜드사태 이후 바뀌어 붸노스아이레스에서 하루 평균 15명 꼴로 영국계 주민들이 귀화신청을 하고있다.
귀화법정의 한 직원은『4년 동안 일하면서 귀화하는 영국인을 한 사람도 못봤는데 요즘은 영국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이들은 갑작스런 귀화 이유를『요즘 같은 위기 속에서 아르헨티나에 대한 우리들의 지지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31년 하일랜드여단으로 아르헨티나에 왔다가 눌러앉은 한 런던 출신은 영국의 지나친 행동 때문에 귀화를 결정했다면서『영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좋은 추억들이 이제 다 사라졌다』고 했다.
또 3살때 아르헨티나에 와서 60년을 살았다는 한 노인은 그 동안 몇 차례 귀화를 생각했었는데 아르헨티나의 순양함 제너럴 벨그라도호의 격침으로 귀화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외교관계 단절로 영국계 주민들은 런던의 브라질 영사관을 통해 출생증명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수속이 언제 끝날지는 알수 없는 형편이다.
영국계주민 개인에 대한 탄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명피해가 커지고 부터는 반영감정이 격화돼 영국식 역 이름이다 공원이름을 바꾸고 있고 영국계 기업재산을 허가 없이 팔거나 해외로 빼돌리지 못하게 감시하고 있다.
대영제국의 함대도 이곳 남대서양에서는 해적함대로 불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신문, 특히 선동적인 타블로이드판 신문들은 제목마다「피라타」(해적)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피라타가 여성형 명사이기 때문에「대처」영 수상을 가리키기도 하고 영국 함대전체를 가리키기도 해 아르헨티나인에겐 안성마춤인 단어다.
산 페르나도라는 지방도시는 이 도시의 정거장 이름이 빅토리아(「빅토리아」여왕에서 따온 것)인 것이 못마땅해 빅토리아스(1807년 영국탐험대를 무찌른 승리를 기념)로 바꿔버렸다.
또 수도 붸노스아이레스 중심부에 있는 브리타니아플라자도 지난 24일 아르헨티나 공군광장으로 변해버렸다.
한 아르헨티나인은『영국은 밉지만 여기에 사는 영국주민은 미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곳 사람들은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를 구별하지 못해 미국TV 요원들이 영국인으로 오인 받아 아르헨티나 군중들에게 봉변을 당한 실례도 있었다.
더구나 최근엔 1945년의 소위 추축국 재산의 몰수와 같이 아르헨티나안의 1백 8개 영국기업의 재산을 아르헨티나 정부가 접수하는 비상조치를 내릴 것이라는 소문이 나들아 영국계 주민들은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붸노스아이레스=이영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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