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유전자가 암을 일으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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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암은 어떻게 해서 발생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은 암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갖는 것이지만 아직 명확한 정답은 나와있지 않다.
그러나 최근 유전공학의 발달로 유전자 단위의 연구가 진전을 보이면서 암을 둘러싼 두꺼운 베일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MIT의 「와인버그」, 콜드스프링하버 실험연구소의 「위글러」, 시드니파버 암연구소의 「쿠퍼」 박사 등이 밝혀낸 「종양유전자」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 종양유전자가 사람에서 방광암·직장암·폐암·유방암·신경섬유암과 일부 백혈병을 유발하는 것이 확인됐다.
그런데 관심을 끄는 것은 종양유전자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있는 일반적인 유전자라는 점이다. 「와인버그」 박사의 설명은 이 유전자는 원래 성세포의 수정으로 태아가 형성되면, 태아의 육체를 만들기 위해 빠른 속도로 세포분열이 일어나도록 작용을 하는 필요 불가결한 유전자라는 것. 이 유전자는 인체가 어느 정도 성장되면 자신의 임무를 끝내고 잠복해 버린다. 그러나 잠복된 유전자가 어느 때 발암물질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다시 활성화되면 암세포화 되어 무한분열을 계속한다.
「위글러」 박사는 『아직까지 정상세포가 암화되는 과정을 이만큼 밝힌 실험은 없었다』고 말하고, 『종양유전자의 존재가 특정 가계에서 왜 암이 많이 발생하는가를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종양유전자가 어떤 종류의 단백질 생산을 지시하는지가 밝혀지면 그 단백질의 생산을 중단시켜, 암세포의 성장을 막을 수 있는 약물이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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