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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 교육감 시대, 교장은 교육행정실장 돼 버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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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안양옥 회장은 6일 “교육감 직선제 실시 이후 교육기관이라는 학교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오종택 기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도입한 초·중·고교 오전 9시 등교 정책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내년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히자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조 교육감의 자율형 사립고 6곳 취소 발표에 대해서도 교육부가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교원 18만 명이 가입해 있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안양옥 회장(57)은 6일 본지 인터뷰에서 “직선제 교육감이 나오면서 학교의 자율성이 훼손돼 교장이 교육행정실장처럼 돼 버렸다”며 “학교가 교육기관이라는 본질을 교육감 등이 망각한 것이 최근 갈등의 주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9시 등교 정책은 법령상 교장이 정할 사안이고 학생들의 삶에서 중요한 시간 개념을 바꾸는 일인데도 교장 인사권과 재정 지원 권한을 가진 진보 교육감들이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며 “학교가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곳이라는 근본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서울대 체육교육학과를 나와 서울교대 교수를 지낸 안 회장은 2010년 한국교총 회장에 당선된 이후 연임 중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교육 정책 관련 논란이 심화되는 이유는.

 “기존 교육부에다 선출직 교육감까지 나오면서 교육기관인 학교가 교육행정기관으로 전락했다. 인사권을 가진 교육감이 말로만 자율로 하라면서 학교에 공문을 보내 정책을 강제하고 있다. 지금 학교에선 교장이 교육 철학을 써 붙여놔도 장식품일 뿐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하는 9시 등교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학교가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곳인데 진보 교육감들은 학생의 현재 삶에만 몰두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이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 제한하면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가르치라고 권위를 부여받은 곳이다. 부모가 어린 자녀를 통제하며 가르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진보 교육감들은 아이들이 원한다며 등교 시간을 늦췄다. 자유만 따지자면 자율 등교제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9시 등교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도 없다. 공교육 시스템이 학생을 최대한 오래 데리고 있는 것이 사교육 방지나 교사들의 책무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교육부가 이런 움직임을 방기하고 있는데, 국민적 합의를 모으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 정책 혼란의 원인이라고 보는 건가.

 “인사권과 사립학교 재정 지원 권한이라는 교육감의 보이지 않는 권력이 교육기관의 독립성을 해치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맞지 않아 헌법소원을 냈다. 선거 때 참여한 인사들에게 보은을 해야 하기 때문에 특혜 인사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정책처럼 진영 논리에 따라 공약한 프레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부작용도 있다. 교육청이 선거조직처럼 돼 버려 일단 교육감이 뽑히면 재선이 쉬워지지만 정치권에 비해 국민의 감시 손길은 미치지 않는다. 기초단체장은 선거로 뽑히지만 교육감은 지역교육장까지 마음대로 임명한다. 엄청난 권력을 쥐는 교육감 직선제는 반드시 보완이 필요하다.”

 -공무원연금법 반대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데.

 “교원을 포함한 공무원은 산업화 과정에서 국가의 틀을 마련하는데 기여했다. 공무원연금은 그 역사의 산물이다. 한꺼번에 정부가 바꾸려 하는데, 당사자를 배제하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만은 아니므로 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논의해야 한다.”

김성탁 기자

안양옥 교원단체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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