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만으론 부족하다" 미국도 논술 과외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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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판매되는 에세이 지도서들.

"당락의 변수는 에세이다."

대학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미국 고등학생들 사이에 에세이 과외 열풍이 불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미 대학들이 입학 지원서와 함께 500자 내외의 에세이를 제출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 닷컴에 소개된 에세이 지도서만 해도 '하버드 합격생들의 에세이 50편' 등을 포함, 202종이나 된다.

전화 및 인터넷을 통해 에세이를 지도해주는 사설 과외업체들도 성업 중이다. 최대 규모로 알려진 '에세이에지(www.essayedge.com)'는 하버드대 출신 지도사와 무엇을 쓸지를 함께 의논하고 작문을 완성할 때까지 횟수에 관계없이 첨삭지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격은 프로그램 종류에 따라 100~300달러(약 10만~30만원)다. 지도사만 200명이 넘는다.

카플란(www.kaplan.com)도 약 900달러(약 90만원)를 내면 총 6시간 동안 에세이 쓰는 법을 가르쳐준다. 지도사들은 대개 영문학.역사학.사회과학 석사 학위 소지자다. 이들 업체는 회원 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에세이 과외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여름방학 동안 대학 캠퍼스를 빌려 합숙 캠프를 열기도 한다. 내용은 에세이 지도, 면접 연습, 희망 대학 탐방 등이다.

뉴욕주 화이트 플레인스의 한 업체는 올 여름 대학 네 군데를 빌려 캠프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2주 동안 하루 4시간 이상 수업을 받는다. 수업료는 2895달러(약 290만원). 관계자는 "2년 전 처음 캠프를 열었을 때 30명이 등록했는데 올해는 118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업체들이 에세이 작성을 대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일부 대학들은 앞으로 학생이 제출한 에세이를 SAT 작문 점수와 대조해볼 계획이다.

올해 예상되는 미국 고교 졸업생 수는 210만 명. 8년 전에 비해 30만 명이 더 늘어났다. 그러나 명문대들의 정원은 별로 늘지 않았다. 하버드대를 지망한다는 한 여학생(15)은 "내신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은 얼마든지 있다. 에세이에서 조금이라도 앞설 수 있다면 명문대 합격이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앤 리 대학 입학관계자는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에세이가 고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과외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WSJ는 "과외로 글쓰기가 정형화될 수 있으며, 만만치 않은 과외 비용 때문에 결국 부유한 수험생만 유리해질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전했다.

기선민 기자, 박수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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