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의 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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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린이들의『꿈과 힘을 키우는 잔치』인 제11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19일 대전에서 막을 올렸다.
전국 13개 시-도 7천의 새싹들이 모여 힘과 기량을 겨루며 뽐내는 장엄한 잔치 마당이다.
「힘차게, 점답게, 아름답게」를 구호로 내세운 이번 대회는 세 가지 면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하나는 88올림픽과 86아시안 게임의 서울잔치가 결정된 후 처음 열리게 된 전국소년체전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4년 후 혹은 6년 후에 서울에서 펼쳐질 세계인의 체육제전에 한국을 대표하여 주역으로서 참가할 소년·소녀들이 지금 이 소년체전의 마당에서 달리고 힘을 겨루게 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그들의 기량과 힘은 계속 발전해 갈 것이지만 그에 앞서 그들의 훈련성과를 점검하고 스스로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기 위해 이 소년체전은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는 메달집계에 의한 종합시상 제가 부활, 실시되게 되었다. 지나친 경쟁의식의 부산물로 파생하는 각종 부정과 말썽의 소지를 뿌리뽑는다는 의미에서 지난 9회와 10회 두 차례의 소년체전에선 종합시상 제 대신 개인시상 제가 질시되었었다.
그러나 서울의 국제대회를 앞두고 이번 소년체전에선 그 정책도 바뀌고 있다. 그것은 체육의 활성화와 경기력 향상이라는 당면목표가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대신 부정을 예방하고 질서를 확립하는 대책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올림픽 개최 국의 국민으로서, 질서와 공공의 정신을 갖춘다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체육을 통한 국민의 단합과 경기력의 정상적 발전을 기하는 것도 우리의 과제이다.
그런 뜻에서 경기장의 폭력·난동·부정행위는 철저히 제재되어야 하며 공정하고 깨끗한 승부를 체득하는 교육장으로서 소년체전이 확고하게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올해는 특히 인천과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되어 별도의 선수단을 참가시킴으로써 종목과 규모 면에서 가장 큰 대회가 되었다. 체육인구의 저변확대와 스포츠종목의 다양화에 자극재가 되리라고 믿어진다.
그러니까 그 어느 때보다도 기록이나 경기실적 면에서 이번 대회의 성과는 클 것이라고 기대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록경신이나 경기실적의 향상만이 아니다. 경기를 통해 어린이들이 획득하게 될 규율과 질서, 협동과 단결의 정신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소년체전의 참다운 목적은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에 대비한 선수양성보다도 우리 2세 국민의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키워 주는데 있는 것이다.
거기서 우리 어린이들은 깨끗한 승리의 가치를 배울 뿐 아니라 최선을 다한 패배의 고귀함도 깨닫게 돼야 한다.
경기장은 곧 사회의 축도이기도 하다. 승리를 훔치는 더러운 행 태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어린이들이 공명정대한 경쟁의 윤리를 체득할 수 있을 때 우리 사회의 건전한 시민윤리는 다져지리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회가 그 어느 대회보다도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대회가 되도록 관계자들은 유의해야겠다.
우리의 꿈나무들이 아름답고 건강하며 올바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정성과 성의가 깃들인 대회가 되기를 기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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