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복귀하는 북한] 북·미 핵심 쟁점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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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선언과 관련해 후속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고위 전략회의가 11일 오후 서울 남북대화사무국에서 열렸다. 오른쪽부터 정동영 통일부 장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이종석 NSC 사무차장. [연합]

13개월 만의 우여곡절 끝에 제4차 북핵 6자회담이 열리게 됐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핵심 쟁점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평행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군축회담 요구 등 새롭게 등장한 변수도 있다. 한결같이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쟁점들이다.

◆ 북.미 간 불신의 벽=가장 큰 걸림돌은 "누가 먼저 행동을 취할 것이냐"다.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 포기를 선언하고 폐기 작업에 돌입해야 상응한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동결과 보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북한의 주장에는 미국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북한의 제1목표는 안전보장이다. 국가와 정권이 모두 포함된다. 북한은 세 차례의 6자회담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올해엔 '폭정의 전초기지'발언 취소에 매달렸다. 이는 "국가와 체제의 안전을 확실히, 그것도 문서로 보장해 달라"는 주문이다.

우리 정부가 최근 북.미 양국을 분주히 오가며 설득에 주력했던 포인트도 바로 이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해결의 실마리는 서로가 반발짝씩 양보하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믿음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9일 베이징 접촉은 '일단 상대방을 믿어보겠다'는 의사 표시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잠복 중인 돌발 변수=고농축 우라늄(HEU) 핵프로그램 존재 여부와 군축회담도 난제다. 북한은 그간 "HEU는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미국이 회담장에서 HEU 문제를 자꾸 거론하는 것은 협상 자체를 진전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이 4차 회담에서 HEU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회담 분위기가 좌우될 전망이다. 군축회담은 북한이 올해 3월 이후 거머쥔 카드다. 물론 미국은 '절대 수용 불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우리 정부도 단호한 입장이다. 한 당국자는 "일단은 협상 카드로 보고 있지만 회담 첫머리에 북한이 군축 문제를 들고 나올 경우 곧바로 난기류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동결 대상, 검증 방식, 동결 시점 등 이미 지난해 3차 회담 때 확연히 입장이 엇갈렸던 쟁점들도 그대로 남아 있다.

◆ 엇갈리는 전망=정부 내에는 "비록 회담은 열리지만 진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회담이 결렬될 경우 강경론자들 사이에 '6자회담 무용론'이 급부상할 것을 우려, 최소한의 성과물은 도출해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미 당국자들은 기대치 낮추기 작업에 한창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 6차 회담을 위한 기초작업만 끝내도 대단한 성과"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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