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린 고이즈미 중의원 해산 승부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우정(郵政) 민영화 법안을 둘러싸고 일본 정국에 격랑이 휘몰아치고 있다.

자민당은 11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우정 민영화 법안 심의 특별위원회를 설치키로 의결했다. 지난주 중의원을 간신히 통과한 민영화 법안을 참의원에서 그대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참의원 회기는 다음달 13일까지다. 그러나 중의원에서의 대규모 반란표(51표)에 고무된 자민당 내 '반 고이즈미'세력은 "고이즈미 정권을 녹다운시키겠다"며 벼르고 있다.

◆ 벼랑 끝 법안=참의원 정족수 242명 가운데 절반(121명)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의장은 제외된다. 야당(103명)은 반대하고 연립여당인 공명당(24명)은 찬성하고 있다. 따라서 자민당 114명 중 18명만 반대하면 법안은 부결된다. 현재 '반 고이즈미'의 선봉에 서 있는 가메이 파 소속 의원만 해도 18명이다. 구 하시모토 파와 호리우치 파에서도 상당수 의원이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다. 현재로선 법안 통과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자민당 집행부는 "앞으로 한 달 내에 대부분 반대파 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참의원은 중의원과 달리 총리가 임기 도중 해산할 수 없다. "부결되면 해산"이라는 카드가 먹히질 않는다. 게다가 "다음번에 공천을 안 주겠다"는 '협박카드'도 통하지 않는다. 다음 참의원 선거는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내년 9월)가 끝난 후인 2007년 여름 치러지기 때문이다. 참의원에서 법안이 부결되면 중의원으로 되돌려진다.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법안으로 성립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 고이즈미의 복안=정치권은 참의원에서 부결될 공산이 큰 법안을 고이즈미가 밀어붙이고 있는 의도에 주목하고 있다. 자민당 고노 다로(河野太郞) 의원은 11일 "'새판'을 짜려는 듯하다"고 말했다. 법안 통과가 안 될 경우 고이즈미 총리가 '중의원 해산 후 총선거'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란 것이다. "법안 반대 의원들을 개혁의지가 없는 구태 정치인"으로 몰아 공천에서 제외한 후 '개혁 대 반개혁'의 구도로 정권 재창출에 나서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8월 중의원 해산, 9.11 총선거 실시'가 유력해진다. 그러나 중의원 해산도 그렇게 간단치 않다. 우선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후견 인격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도 신중한 입장이다. '반 고이즈미'파가 탈당해 신당을 결성하면 총선거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어부지리로 정권을 잡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이즈미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지 못하고 힘없이 퇴진으로 내몰릴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