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믿고 투자했다, 강소기업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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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코렌텍은 인공관절 기술 하나로 성공한 기업이다. 2006년 출시한 인공 고관절(골반관절)과 2010년 출시한 인공 슬관절(무릎관절) 모두 국내 최초다. 그 전까지 관절염 수술에 쓰는 인공관절은 외국기업 제품이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 코렌텍 제품의 기술력을 인정하면서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인공 고관절 시장에서 국내 시장 1위(점유율 25%)에 올라섰고 인공슬관절도 점유율 10%를 앞두고 있다. 2011년 118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82억원으로 2년만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코렌텍의 성공에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금이 든든한 밑거름 역할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산기평)은 코렌텍이 인공 고관절을 출시한 직후인 2006년 9월부터 2009년 8월까지 3년간 18억4900만원을 코렌텍을 포함한 공동 연구기관 네 곳에 지원했다. 이를 기반으로 코렌텍은 인공 고관절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동시에 인공 슬관절을 개발했다. 산기평 관계자는 “코렌텍의 기술력을 믿었기 때문에 과감한 지원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R&D 자금을 활용해 사업에 성공한 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11~13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2014 대한민국 산업기술 R&D 대전에서다. 올해 슬로건은 ‘R&D, 비즈니스를 만나다’로 정했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좋은 투자자를 만나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자는 취지다. 이런 차원에서 행사 일정은 투자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중소기업 전문 투자기관(벤처캐피털협회·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과 벤처캐피털이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한 자리에서 듣는 토크콘서트다. 한 발 더 나아간 투자 논의를 원하는 중소기업과 벤처캐피털을 위해 일대일 상담 부스도 운영한다. R&D 지원을 통해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의 제품은 투자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행사 내내 전시한다.

헤네스의 유·아동용 전동차는 투자 대비 성과가 좋은 제품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2012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년간 1억9000만원의 R&D 자금을 지원받은 뒤 제품을 개발했다. 고급 스포츠카를 축소한 듯한 디자인에 안정성·첨단기능을 더했다. 1년여 뒤인 올해 7월 본격적인 제품을 생산한 이래 9월까지 석달간 미국·중국을 비롯한 35개국 수출을 통해 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로보쓰리의 직립식 스쿠터도 눈길을 끈다. 이 제품은 서서 운전하는데도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운전자의 무게 중심에 따라 스쿠터가 알아서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13억2000만원의 R&D 자금이 투자된 이 스쿠터 사업은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본격적인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산기평은 이번 행사가 산업기술 분야에서의 R&D 사업 성공률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직까지 성공률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산기평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예산을 집행한 산업기술 R&D 과제를 보면 사업 성공률은 45.9%다. 산기평은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기업이 R&D 시작 단계에서부터 특허 자문단과 사업화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도록 하고 있다.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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