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군'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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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년전으로의 과거여행, 28살 삐딱한 청년 이순신을 그린 퓨전 역사극 '천군'(감독 민준기·제작 싸이더스픽쳐스)이 7월 11일 오후 2시 서울극장에서 언론에 첫 공개됐다.

■ [갤러리] 영화 '천군' 기자시사회 현장

'천군'은 현재의 남북한 군인들이 혜성의 영향으로 1572년 조선시대에 도착하게 되고 위기에 처한 이순신을 구하고 현재로 돌아와야 하는 모험담을 담았다. 이 영화는 제작비 80억원이 소요된 대작 영화로 '영웅' 이순신이 아닌 그 동안 알려지지 않은 무과 급제에 낙방 후 4년간의 방황하는 젊은 이순신을 그려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다음은 민준기 감독과 주연배우들 박중훈 김승우 황정민 공효진이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 시나리오 작업 과정은?

민준기 감독 : 처음엔 이순신 장군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쓰다 보니 오늘날 어떤 의미가 될까에 초점을 두게 됐다. 젊은 이순신을 통해 한반도 분단 현실 사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가 될까 하는 내용이다. 이순신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 고민하며 작업했다.

▶ 영화의 감상 포인트와 연기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이순신 역의 박중훈 : 감상 포인트는 보는 분마다 다를 것이므로 내가 감히 말할 수 없다. 이순신을 재해석했다기보다 감독의 지시에 따르겠다고 했다. 민준기 감독은 수년간 이순신에 대한 연구를 했던 분이고 시나리오도 직접 창조해 썼다. 충실하게 감독님의 연기 지도와 인물 해석에 따랐'다.

▶ 이순신의 죽음으로 영화를 끝내지 않은 이유는?

민준기 감독 : 이순신을 다룬 영화가 두 편 정도 있었는데,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부분을 다루면 동어반복인 것 같다. 영화의 많은 부분은 야사를 재구성한 것으로, 실제로 야사에는 여진족과 싸운 적이 있고 서너명이 포로 60명을 구출한 적도 있다.

유일하게 문헌상으로 잘 안 나오는 부분이 첫 무과시험 낙제한 뒤 붙을 때까지 4년이다. 그 4년을 살펴보고 싶었다. 극중 사람들을 충동질해서 여진족과 싸운 것은 실제 이순신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이순신의 '첫번째 백의종군'을 다뤘다.

▶ 박중훈을 이순신 역에 캐스팅한 이유는?

민준기 감독 : 이 영화는 이순신의 장군으로서의 측면과 젊은 시절을 함께 보여야 한다. 박중훈의 영화 중 '우묵배미의 사랑',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가장 좋아한다. 또 '황산벌'에서는 장군이 잘 어울린다고 봤고, 코미디도 많이 했으니까 젊은 시절과 나중을 잘 표현할 것으로 생각했다. 아버지도 영화를 좋아하시는데 적극 추천했다.

▶ 일반적인 박사의 모습은 아닌 듯 하다

공효진 : 어떤 모습을 기대했나요? 뿔테안경에 올백머리가 그려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반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오히려 지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매력녀였다면 재미없었을 것이고 역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 김수연 박사의 캐릭터는 아이큐도 높고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다고 표현되어 있는데, 천재들은 돌출적이고 엉뚱해 보이기도 한다. 영화 '빽 투 더 퓨처'의 흰 머리 박사와 같은 느낌이다.

▶ 북한 군인으로 멋있게 나온다. 캐릭터를 설명해 달라

김승우 : 감독님은 개인적으로 요 근래 보였던 북한 군인에 대한 과장되고 희화화된 이미지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멋있는 북한 군인도 있을 것이고, 또 필요하다는 말에 '그럼 멋있는 역할로 찍어달라'는 말에 그러겠다고 했다. 정말 멋있는지는 관객이 판단할 것이다.

▶ 대규모 전투신과 액션신 분량이 큰데, 힘들지는 않았나?

김승우 : 액션신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박중훈, 황정민씨도 그렇고 다들 건강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라 액션신은 부담되지 않았다.

▶ 기존의 코믹 연기를 많이 덜어낸 듯 하다. '황산벌'과는 어떻게 다른 연기를 했는가?

박중훈 : 지금까지 '코미디로 몰아가야지' 한 적은 없는데, 상황에 맞게 연기하다 보면 이론가들이 코믹이나 액션 등으로 분류 한다. '황산벌'을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다른 점이라면 '황산벌'은 장군으로 출발해서 장군으로 끝나는데, 여기서는 장군이 되면서 끝난다. 사람들이 둘을 같이 묶는다면 너무 큰 범위를 묶는 것이 아닐까 싶다. 500년전과 1500년전 이야기인데, 마치 후손들이 2000년과 3000년을 비교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 역사극을 처음 하는 김승우 황정민에게 박중훈이 해 준 조언이 있는가?

박중훈 : 연기를 지도한 적은 없다. 덧붙여 말하자면 이번에는 집단 작업이었다. 항상 같이 움직였기 때문에 좋은 인간 관계를 이뤘던 것이 좋은 결과를 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박중훈 : 공효진씨가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연기하나 싶었는데, 실제 모습을 보고 알았다. 털털하고 여성적인 면을 동시에 갖췄더라. 가식이 전혀 없고 자연 그대로의 연기를 했다. 또한 황정민은 몰입력이 뛰어나다. 진짜 그 인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혼을 빼놓는 연기를 한다. 김승우는 쿨한 성격으로 어필하지 않나 싶다. 세 후배들이 참 자랑스럽다.

민준기 : 지난 겨울에 중국 내 몽고의 '빠샹'이라는 곳에서 고생하며 찍었다. 다들 신인 감독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열심히 해줬다. 이 영화가 한반도의 냉전 종식에 기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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