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경찰 수난의 1주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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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1주일간은 경찰관들에게는「수난의 주간」이었다.
1일 서울 장사동 아세아극장 앞 버스 정류장에서 교통위반을 단속하던 경찰관과 이에 불응하는 버스 운전사가 40여분간 소란을 피운 것을 비롯 7일까지 서울시내에서 단속 경찰과 운전사 모는 시민 사이에 모두 8건의「충동」이 빚어졌다.
장사동에서 일어난 첫 번째 마찰은 버스 운전사가 단속 경찰관에게 면허증제시를 거부하며 욕설을 퍼붓자 경찰관이 운전사를 밀치면서 시작돼 이를 지켜보던 시민·승객들이『경찰관이 사람을 때린다』고 야유, 기동 경찰까지 동원됐다.
지난 4일과5일 서울 영등포역 앞 택시 정류장에서 발생한 3건의 마찰은 그 양상이 더욱 심각했다.
택시운전사가 단속하던 교통 순시원을 택시 본 네트에 울려 싣고 50여m를 지그재그로 차를 몰아댔는가 하면 다른 택시운전사는 차 앞에 경찰이 있는데도 그대로 몰아 전치2주의 상처를 입혔다.
5일 낮2시쯤 서울 명동 지하강가에서는 서울 시경 소속 경찰관 3명이 면도칼을 휘두르는 3명의 소매치기범을 붙잡기 위해 칼에 찔리면서도 난투극를 벌였으나 이를 지켜 본. 2백여명의 행인들은 아무도 경찰을 도와주지 않았다.
당시 경찰관들은『도와달라』고 소리쳤으나 시민들은「무 응답」으로 경찰의 요구를 거절해 버렸다. 경찰에 대한 일부 시민의 노골적인 대항(?)은 종전에도 가끔 있긴 했다. 그러나 요즘 들어 빈발하고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경남 의령 참사사건 이후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도로 악화된 가운데 이같은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건고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사건들이라 할 것이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 질서와 치안을 유지하는 국가기관이다.
의령사건으로 국민의 지탄이 아무리 거세고, 자신들도 실의에 빠졌다 하더라도 한시라도 그 직분을 게을리할 수 없는 것이 경찰이다.
국민들이 경찰을 불신만하고 경찰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가로막거나 방관한다면 그 결과는 크나큰 피해가 되어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때로는 비난도 하고 불만을 터뜨리지만 역시 경찰은 이 사의의 결서와 안녕을 지키는 기둥이며 최후의 안전판이다.
경찰이 무력해진다면 그나마 도둑은 누가 잡고 교통질서는 누가 유지할 것인가.
경찰과 일부 시민은 함께 반성하고 이제 이성을 되찾을 때다.
의령 참사사건에서 노출된 고질적인 병폐를 스스로 개선하겠다는 경찰의 다짐을 믿고 그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며 경찰의 치안업무 집행에 적극적인 협조를 보내야할 것이다.
경찰 자신도 더욱 더 직무에 충실함으로써 지난날 오명을 씻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신뢰를 얻도록 해야할 것이다.<정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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