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국여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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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최근의 몇 가지 사례들은 잠시 생각게 하는 바가 있다.
하나는 긍정적 측면에서 우리나라 여성들의 슬기롭고 패기에 찬 장한 모습에 대한 생각이며,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면에서 우리 여성들의 탐욕과 퇴폐에 경 도하는 몰염치에 대한 우려 감이다.
우리의 젊고 발랄한 여성들이 굳센 체력과 끈 질진 정신력으로 세계등반사상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히말라야산맥의 람중히말 봉을 정복한 쾌거에 대한 기쁨은 두말할 것이 없다.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중공의 거녀들을 누르고 우승한 우리 여자농구선수들의 노고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더욱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23세의 꽃다운 나이로 청상이 되어 35년 동안 시부모, 시조모와 두 시동생, 그리고 세 자녀를 뒷바라지하며 꿋꿋이 역경을 헤치며 살아온 부산의 정택가 여사와 같은 어머니들이 있음으로 해서다.
18세에 청상과부가 돼 시부모를 모시고 두 살 난 딸과 유복자인 아들 등 남매를 키워 온 춘천의 허정구 여사도 있다.
남편 없이 가정부 살 이로, 삯바느질로 그들이 헤쳐 온 형 극의 가시밭 길은 실로 장한 인간의 길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들은 어려움 속에서 순수함을 잃지 않았고, 고초 가운데서도 바름을 잊지 않았으며, 좌절 가운데서도 책임을 저버리지 않았던 점에서 오늘 우리사회에 사표가 될 만한 훌륭한 여성들이다.
그 바름과 꿋꿋함의 한국여인상으로는 또 재일 교포 야구선수 장훈동의 어머니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인의 유난스런 박해와 편견 속에서도『한국의 치마 저고리는 절대로 벗을 수 없다. 한복은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옷』이라고 강조하면서 긍지와 자람으로 살아왔던 그를 기억해야 하겠다.
이들은 모두 한국여인의 겉으로는 유순하나 속으로는 단단하고 굳센 기개와 의지를 충분히 대변하고 있다. 이들은 실로 참고 견디며 나라를 지키고 후손을 키웠던 위대한 여성상에 틀림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최근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부끄러운 여성상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것은 탐욕과 퇴폐로 세간을 농락하며 자신마저 파멸로 이끌고 있는 장모 여인의 사건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여인이 부를 축적하고 그것을 운영한 결과가 나빴다고 하는 뜻의 얘기는 아니다.
여성으로서 건전한 기업활동으로 재화를 축적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오늘 날 우리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남녀의 평등을 실제적으로 구현하는데 공헌한다는 의미에서 오히려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 여인의 경우는 어느 의미에서 결혼과 이혼을 마치 자신의 축재의 도구로 삼았을 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건실한 경제윤리를 농락하고 국민대다수의 건전한 삶의 의욕을 저상한 점에서 앞의 여인상들과는 대조적이다.
더욱이 이 여인은 부처님에 귀의해 막대한 금전을 불사에 쾌척 했다 곤 하나 생사의 번뇌에 빠져 늘 인생살이의 아픔을 뇌까렸다니 어느 면에서는 불행한 여성이었음을 동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여인 말고도 우리 사회엔 적지 않은 여성들이 탐욕과 퇴폐로 자신과 사회를 더럽히는 경우가 많다. 엊그제엔 가정불화 때문에 4남매를 팽개치고 집을 나간 여인의 이야기도 보도된 바 있다. 또 남편 몰래 춤바람과 돈놀이에 한 가정을 파탄시킨 여인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여성상들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착잡한 심회를 억누르지 못하게도 된다.
나라가 어려울 때, 사회도덕이 피폐할 때, 그 영향이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행 태에도 심각하게 미치는 것은 물론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여성들이 슬기와 인내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끈질기게 사회의 기강을 바로 하기 위해 헌신했던 전통적인 우리 여성의 미덕들을 되살려 지키고 발전시켜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더욱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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