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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글 옛 그릇] 서예는 기도이며 참선 … 매일 성경·법구경 읽고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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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산고수장(山高水長), 70×69㎝.

“유교의 명심보감·사서삼경, 기독교의 성경 구절, 불교의 법구경 등 좋은 문구를 추려 반복해서 읽고 쓰는 게 서예입니다. 밀도 높은 인성교육이자, 기도와 참선입니다.”

 40년 넘게 매일 아침 백자에 정한수를 뜨고, 저녁엔 그 그릇을 씻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해 온 팔순 서예가가 또박또박 말했다. 서예가 송천(松泉) 정하건씨가 산수(傘壽·팔순)전을 연다. 5∼11일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 130여점이 걸린다. 전시에 맞춰 자전 대담집 『필묵도정(筆墨道程)』도 출간한다.

 송천은 검여(劍如) 유희강(1911∼76) 문하에서 배우다가 73년 스승이 은거한 뒤 송천서실을 열었다. 호암(湖巖) 이병철(1910~87) 삼성그룹 창업주, 야구선수 박찬호(41)씨의 서예 스승이기도 하다.

“1978년부터 7년간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서예 수업을 했다. 호암이 ‘경청’ ‘겸허’ ‘인재제일’ ‘경제보국’ ‘성자필쇠(盛者必衰)’ 같은 한자어를 만년필로 써 주면 내가 붓글씨로 체본을 썼다”고 돌아봤다.

서울 견지동 조계사 일주문 현판(大韓佛敎總本山曹溪寺), 윤봉길 의사 기념관 제액, 임경업 장군 묘역 정화비문 등이 그의 글씨다. 02-734-4510.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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