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정상의 두 낭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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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슛하는 순간 링을 뚫었다고 자신했지요. 41초를 남기고 작전 타임을 가진 코치 선생님들께서 찬숙언니나 저에게 마지막 슛을 지시했어요. 두렵지는 않았는데 두 명의 중공 선수가 달라붙어 찬스가 안 났어요. 왼쪽으로 한발을 움직이니까 순간 링이 보이더군요. 이 때라고 생각하고 던졌지요. 』한국 여자 농구가 제9회 아시아 여자 농구선수권 대회에서 중공을 격파, 3연패를 차지하는데 결정적 순간을 마무리한 박진숙 선수(22·선경) 는 7일 하오 김포공항에 개선한 후에도 생생한 순간을 잊을 수 없는 듯 흥분해 있다. 스타는 이렇게 한순간에 탄생한다.
한국 여자농구의 절대 절명의 상황에서 박 선수는 너무나 엄청난 일을 해냈다. 성공하면 충신(?) 이요 실패하면 역적(?)이 될 수도 있는 결단의 찰나였다.
대 중공전에서 박찬숙·김화순 선수가 이미 노출된 터여서 박 선수는 중공격파의 비밀 병기였다.
한국은 중공에 알려지지 않은 박 선수를 중공전까지 별로 기용치 않고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박진숙은 초반 4개의 슛이 연이어 불발로 끝나 교체까지 됐었다. 그렇지만 후반 들어 긴장감이 풀리면서 컴퓨터와 같은 슛이 폭발한 것이다.
17개의 슛 중 8개를 성공시켜 슛률은 47%였으나 후반엔 거의 80%를 기록했다.
『진숙이의 빠른 슛 타임과 정확성은 누구도 따를 선수가 없다. 말하자면 슛에 관한 한 남자선수 이충희와 같은 센스를 갖고 있다』신동파 감독이나 조승연 코치는 극찬을 한다.
키1m76cm·몸무게 63kg으로 실업4년생인 박 선수는 지난80년3월 춘계 실업 연맹전에서 최우수·득점·인기상 등 개인상 부문의 3관왕을 차지하면서 두각을 나타내 대표선수로 발탁됐다.
이후 모스크바 올림픽 예선전(80년5월·불가리아) 제8회 ABC(80년9월·홍콩) 제5회 존즈컵 대회(81년6월·대만)등에 대표팀으로 출전했으나 스타 팀 멤버로 기용된 것은 이번 동경대회가 처음이다.
부산 성남국민교 5학년 때 단지 키가 크다는 이유로 농구부에 뽑혔고 혜화여중·혜화여고때부터 슛 장이로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
박임호씨(55)의 2남4녀중 셋째. 키가 1m79cm인 아버지 박씨는 학교시절 축구·탁구· 마라톤 등 만능 스포츠인이었으며 어머니 이옥씨(47)는. 키는 1m65cm 이지만 몸무게가 85kg이나되는 여장부 타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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