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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운동부족 비만증이 원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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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당뇨병>
박봉수씨(68·전 이대·동국대 교수)는 6년 전 온몸이 나른하고, 일에 싫증이 나며, 푹 쉬고나도 피로가 가시질 않았다.
게다가 웬일인지 갈증이 나 물을 찾는 일이 부쩍 늘었다.
병원에 가서 몇가지 검사를 받아본 후 내려진 결론은 당뇨병.
박씨는 이후 의사의 지시에 따라 평소 양이 많은 편이던 식사를 저 칼로리 위주의 식단으로 바꾸고 즐기던 단음식도 삼갔다.
이와 함께 테니스 등 운동도 꾸준히 계속한 결과 2∼3년 후 혈당치는 정상으로 회복됐다. 피로감도, 갈증도 사라진 것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절제하게 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요즘도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박씨는『당뇨병은 의사와 환자와의 협조, 꾸준한 노력만 있다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당뇨병은 이름 그대로 소변에 당분이 섞여 나오는 증세.

<대부분이 성인형>
우리 몸의 혈액속에는 늘 일정량의 포도당이 함유돼 있으며 이를 혈당이라 부른다. 정상인의 경우 혈당 농도는 1백cc당 1백mg정도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이렇게 일정수준이 유지되는 것은 췌장의 랑겔한스섬(췌도)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란 호르몬의 작용 때문이다.
따라서 이 인슐린이 감소하거나 작용이 약해지면 상대적으로 혈중 포도당의 양이 늘어나 혈당이 올라간 상태가 지속된다. 이 상태가 바로 당뇨병이다.
김응진 박사(을지병원 내과부장)는『우리 나라의 경우 인구의 2∼3%인 1백만명 이상이 당뇨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으며 잠재성 당뇨병까지 합치면 2백만명 이상에 이르고 있다』 고 말했다.
당뇨병의 발생 원인은 상당히 복잡하지만 유전 또는 환경 요소에 의해 나타나는 l차성 당뇨병이 대부분이다.
1차성 당뇨병은 다시 연소형과 성인형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연소형은 25세 미만에서 발병하며, 성인형과는 여러 가지로 다르다.
이 연소형은 발병 및 진행경과가 급격하고 합병증이 잦으며, 유일한 치료법은 계속적인 인슐린 투여뿐이다.
현재 국내에도 약6만명의 연소형 당뇨병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들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요망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은 성인형이다. 성인형은 대단히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확실한 증세가 나타나는 것은 40세 이후가 많다.
최영길 박사(경희 의료원 내과 과장)는『최근 급격히 늘고있는 당뇨병은 과식·운동부족·스트레스의 가중 등이 주요원인』이라고 말한다.

<마음가짐이 중요>
당뇨병에 있어 유전적 요인은 대단히 크다. 부모 모두 당뇨병일 경우 자녀 중 70∼80%가,한쪽만일 경우 30∼40%에서 당뇨병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전적 요소가 실제 질병으로 나타나는데는 어떤 유인물질이 필요한데 그 대표적인 것이 비만과 운동부족이다.
비만은 결국 체내에 불필요한 지방이 축적된 상태로 이 지방세포를 위해 여분의 인슐린이 필요케 된다. 따라서 췌장은 능력 이상의 작업을 해야하며,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결국 기능이 약화돼 인슐린의 부족 현상을 초래한다.
운동부족도 이와 유사한 작용을 한다.
우리가 운동을 하면 혈액속의 포도당이 근육세포로 들어가 운동 에너지로 사용된다.
이와 함께 운동은 혈액 중의 유리 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이용, 결국 불필요하게 인슐린을 소비하던 피하지방세포를 감소시킨다.
당뇨병은 그 자체로도 악화되면 당뇨병성 혼수 등 치명적인 증상을 나타내지만 그보다 심각한 것은 합병증이다.
최 박사는『당뇨병은 초기에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거나 생활에 큰 불편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이런 상태가 10년 이상 지날 경우 눈이나 신체의 모세혈관에 병적인 변화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이밖에도 당뇨병은 세균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키고 신경장애·감각마비 등의 광범위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무서운 건 합병증>
최 박사는 당뇨병 예방을 위한 3대 지침으로 ▲표준체중 유지 ▲적당하고 꾸준한 운동 ▲정기적인 건강진단을 꼽는다.
표준체중은 신장(예)에서 1백을 빼고 0·9를 곱한 것을 기준으로 5%내외에서 유지한다. 운동은 전신근육을 사용하는 조깅·걷기 운동·수영 등을 가볍게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나친 운동은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 인슐린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의 치료는 정도에 따라 크게 3가지 단계로 나뉜다.
첫째로 인슐린의 절약이다. 체중을 줄이고 칼로리, 특히 당질 섭취를 제한하며 운동을 계속하는 것. 둘째는 인슐린의 증산을 돕는 것으로 혈당 강하제를 내복하는 등의 방법이다. 세째는 병이 중증으로 진행됐을 때 인슐린의 투여로 부족한 양을 보충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자신의 마음가짐이다.
김 박사는『의사와 환자간의 신뢰와 협조를 통한 꾸준한 노력으로 당뇨병은 확실히 극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박태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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