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서 베를린>
서베를린은 철 지난 어촌처럼 황량하기 짝이 없다.
카페 하우스나 공원의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은 대부분 노인층이며 거리에는 외국 노동자들이 떼지어 몰려다녀 서독의 이방지대처럼 느껴진다.
포르노가 홍수를 이루는데다 마약 범죄도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도시분위기는 음산하고도 불결하다.
동독이란 사회주의의 우리 속에 갇힌 분단독일의 상징, 서 베를린의 그늘진 모습이다.
49년의 베를린 봉쇄와 61년의 베를린 장벽 건설 등 서 베를린의 정치적 불안은 인구 구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2백만명을 육박하는 서베를린의 인구 구조를 보면 65세 이상의 노인층이 25%로 서독 본토의 15%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이다. 외국인도 본토보다 3%나 많아 전체의 9%에 이른다.
정치적 불안이 청장년의 본토 이주를 부채질해 서베를린 당국은 외국노동자룰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렇찮아도 투자의욕이 적은 이 도시에서 노동력마저 부족한 실정이어서 경제는 침체할 수밖에 없다.
산업시설이라야 전자와 약품공장 몇개가 고작이며 석탄에서부터 식량에 이르기까지 전량을 본토로부터 도입해야 할 정도로 경제난은 심각하다.
적중 생활이 빚는 심리적 불안 속에 이렇듯 경제난까지 겹쳐 사회적 퇴폐현상이 뒤따르고 있다.
쿠담 지구의 뒷골목엔 포르노와 술집이 즐비하며 거리에서부터 건물의 내부에 이르기까지 게르만의 청결 성품과는 거리가 멀다.
쿠담 인근에 있는 초역엘 가보면 서베를린의 비극을 보다 실감하게된다.「카이·헤르만」과「홀스트·리엑」이 저술한「우리는 초역의 어린이들」의 폭로가 아니더라도 하루 종일 서성대는 청소년들과 공중변소에 쓰여진 기괴한 낙서를 보고선 마약의 소굴임을 금방 알 수가있다.
게다가 서독사람 누구나 좋아하는 축구가 맥을 못 추는 곳이 서베를린이며 본토의 어느 지방보다도 사행심이 많다는 것도 서베를린이 안고 있는 비극적 상황 탓이다.
그래서 축구의 명문「헤르타 BSC 베를린」이 80년6월 분데스리가 1부에서 2부로 내려앉고 말았다.
BSC베를린이 1부 리그에 소속되었을 때의 게임당 입장객은 2만5천명에 그친데 반해 인구 90만명의 슈투트가르트가 한때 입장객 5만명을 육박했으며 인구 1백만명의 도시 쾰른과 뮌헨이 관객 3만명을 동원했다는 점이 본토와 서베를린의 차이다. 노인층이 두텁고 퇴폐풍조가 만연되는 사회에서 스포츠팬들은 날로 줄어들었고 이 바탕에 BSC베를린까지 2류 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복권 붐을 보면 본토의 어느 주보다도 높다는게 특징이다.
서베를린의 1인당 투자액은 주 평균 2마르크 45페니히(한화 약7백원)로 함부르크의 1마르크85페니히나 뮌헨의 99페니히에 비해 엄청나게 높다.
시민의 8만명이 슬럼가에 거주하며 경제성장률까지 본토에 비해 현저한 격차를 보이는 등 서베를린의 부정적인 측면은 얼마든지 찾아진다.
서베를린의 재생을 위한 거국적인 움직임이 없지 않다.
서베를린은 연방 정부로부터 많운 지원을 받고있다.
본토에 있는 10개 주가 세수의 40%를 연방정부에 넘기는 것과는 달리 서베를린은 반대로 예산의 45%를 연방보조로 충당한다.
그밖에 본토와 서베를린간의 교통 및 통신망 사용료를 연방정부가 책임지며 신규 입주자에 대해 각종세금을 8%나 감세조치 하는 등 서베를린 재건 정책은 얼마든지 많다.
그런데도 별다른 효험이 없다. 본토 자본의 도입과 청장년의 입주라는 당초의 기대가 무너진채 오히려 서베를린 청장년의 본토 이주가 늘고있을 뿐이다.
이같은 본토 이주현상은 남녀의 균형마저 깨뜨려 남자 1천명 당 여자의 숫자가 1천2백60명에 이르며 외국인 신생아를 보면 전체의 57·3%라는 놀라운 통계다.
서베를린의 장래가 어쩌면 노인과 외국인들에게 맡겨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가능하다.
서베를린의 그늘진 모습을 통해 분단의 비극을 알려주는 교훈인 것이다.그늘진>
(22)투자 없어 경제침체…마약·범죄만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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