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서도 "짭짤한 재미"를 보는 업종 적잖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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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두들 장사가 안 돼 죽겠다고 야단인데 몇몇 업종은 불황에 아랑곳없이 재미를 보고 있다. 전반적인 불황 속의 반점경기다. VTR는 공장을 1백% 돌려도 물건을 못 대고 있으며 계절을 만난 관광호텔이나 여행사도 손님이 몰려 WMF거운 비명을 울리고 있다. 콘더미니염·헬드 클럽·생수 등 건강산업, 골프장, 리스산업, 대형음식점 등 이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했으며 화장품·전자레인지·일부 제약업 등 이 불황을 안 타고 꾸준히 팔리고 있다. 반점 경기 권을 이루고 있는 업종들을 살펴보면-.
◇VTR·전자레인지=특소세인하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올 들어 특소세 율이 40%에서 4%로 줄어 98만원 짜 리가 66만5천 원이 된 VTR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월 평균 4백30대 정도 나가던 것이 올 1·4분기에는 매달 2천대 꼴로 거의 5배로 늘었다. 생산라인은 가전제품 중 유일하게 풀 가동되고 있는데도 일부 대리점에선 품귀현상까지 일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판에 들어간 금성사도 당초 월5백대로 잡았던 VTR 생산계획을 7백대로 늘리고 대한전선도 일본 소니 와의 합작으로 곧 VTR를 시판할 예정.
28%에서 2.8%로 특소세 율이 내린 전자레인지도 대당 가격이 6만∼7만원씩 내리자 지난 한해동안 팔렸던 물량이 올 들어서는 한 달 동안에 다 나가고 있다. 현재 삼성·금성 양 사가 매달 약 3천5백대 정도의 전자레인지를 팔고 있다.
◇고급레저=부동산 경기침체의 틈서리를 타고 신종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콘더미니엄이다. 콘더미니엄은 분양객실의 50%만 회원을 확보하면 손익이 맞아떨어진다고 업계는 보고 있는데 지금까지 분양된 명성·한국·선경 등 각 사의 콘더미니엄은 모두 다 회원을 받았다. 불경기인데도 이처럼 고가의 콘더미니엄 분양이 활기를 띠는 것은 회원권을 언제든지 웃돈을 받고 되팔 수 있으며 양도소득세가 걸리지 않아 저금리시대의 새로운 투자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백 객실을 분양한 명성 설악콘도의 경우 1인당 3백70만원씩 1실에 10명씩의 회원을 다 받았으므로 현금으로 71억 원이 회수됐다.
만성적인 초과수요를 보이고 있는 골프장도 마찬가지. 현재 전국에 24곳의 야외골프장이 있는데 보통 골프장 1곳마다 18∼36홀씩에 1천5백∼3천명씩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고 회원권은 보통 4백 만원에서 최고 3천 만원 짜리 까지도 있다. 현재 건설 중인 골프장도 3곳 있다.
◇건강식품산업=각종 무공해식품·자연식품 등의 재배판매가 점차 기업화 돼 가는 단계이고 완전히 성장업종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 생수제조판매업이다. 75년부터 초정 약수가 처음으로 시판을 개시한 이후 용천 약수·통일교계열의 일화생수 등 3개 사가 나날이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현재 내수규모는 연간 약1백50만병(약 6억 원)정도로 추정되고 있는데 개발초기의 약간의 시설투자비를 빼면 거의 전부가 남아 떨어지는 알찬 장사다.
또 우리나라의 생수는 세계적으로 그 질을 인정받고 있고 농수산부도 연초 올림픽에 대비한 중점 육성대상으로 생수를 선정, 수출전망이 어느 업종보다 밝다. 지난해 생수의 수출실적은 약 1백만 달러였는데 올해 국내 3개 사는 모두 약 3백만 달러까지의 수출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광호텔과 버스=서울의 일류관광호텔들은 올 들어 1월에는 63∼86%, 2월에는 66∼86%, 3월에는 70∼89%, 4월에는 90%이상씩 객실이 차고 있다.
호텔은 객실의 70%만 차면 일단 장사가 된다고 봐야 한다.
관광버스회사의 경우도 요즈음에는 행선 거리에 따라 하루 15만∼40만원씩(대형버스) 전세 값을 내고도 주말이라면 6월초까지는 모두 계약이 끝나 차를 구할 수 없을 정도. 관광버스회사들은 이밖에도 대기업사원들의 통근차를 제공함으로써 연간 전체수입의 30∼40%에 해당하는 고정수입을 올리고 있다.
◇증권=주가는 계속 내리막길인데도 증권회사들은 지난해 이후 계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27개 증권회사들이 작년 한해동안 벌었던 1백74억 원을 금년 l·4분기 동안 다 벌었다는 것이다.
2.4%의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기업들의 회사채발행 덕분이다.
빚더미에 눌려 있는 기업들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어떻게 해서라도 회사채를 더 발행해야 할 형편이고 투자자들한테는 아직도 회사채금리가 은행금리보다 5∼6% 높기 때문에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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