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주택담보대출 10조 중 4조 강남권·분당·용인에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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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 1~5월 중 새로 나간 주택담보대출금 가운데 43%는 강남.서초.송파.분당.용인 등 서울과 수도권의 5개 집값 급등 지역의 집을 사는 데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빚을 내서라도 집값 급등지역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집값이 급등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7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1~5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5개 집값 급등지역의 점유율이 절반 가까운 43%에 이르고 있다"며 "금통위는 이 같은 상황에 유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시중은행의 1~5월 주택담보대출 내역을 표본 조사했기 때문에 실제 비율에 매우 근접한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대출받은 사람의 거주지 기준이 아니라 대출의 담보 소재지별로 조사한 것이어서 자료의 신빙성이 매우 높고 금융권 전체의 추세를 사실상 그대로 반영한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중 새로 나간 주택담보대출금 증가액이 10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줄잡아 4조원 이상이 이들 지역에서 집을 사는 데 들어간 셈이다.

이 같은 분석은 국세청이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서울 소재 9개 아파트단지에서 집을 산 사람 열 명 가운데 여섯 명이 3주택 이상 보유자라고 밝힌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국세청은 2000년부터 올 6월 말까지 5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 소재 9개 아파트단지의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전체 거래량 2만6821건 가운데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취득건수가 1만5761건으로 전체의 58.8%에 달했다고 밝혔다.

?투기 수요가 집값 부추겨=한은과 국세청의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집값 상승은 기존 주택의 급등에 따라 담보가액이 늘어나는 데 따라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융통해 투기지역에서 다시 집을 사들이는 투기 수요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총재는 이처럼 강남.분당.용인 지역의 오름세가 최근 5개월간 큰 폭으로 확대된 점과 관련해 "금통위가 앞으로의 추이를 예의주시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총재는 "금융감독당국이 주택담보대출 억제 조치를 했고, 8월 말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과 금융긴축 등 중앙은행의 주요 통화정책 수단을 직접 쓰지는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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