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윤리는 자전거 쉬지않고 페달 밟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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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포스코 기업윤리사무국 곽정식(47.사진) 팀장은 기업윤리를 '자전거 페달를 밟는 것'에 비유했다.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자전거가 쓰러지듯이 기업윤리도 꾸준한 교육과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2003년 6월 포스코는 기업 윤리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규범을 제시했다. '해야할 것'(DO)과 '해선 안될 것'(DO NOT)을 조목조목 구별했다. 이 규범을 어긴 임직원에 대해 '일벌백계(一罰百戒)' 했다. 지금까지 20명의 임직원이 면직됐고 53명이 정직.감봉.견책 처분을 받았다. 곽 팀장은 "사람마다 윤리의 눈높이가 달라 안타까운 사연이 적지 않았지만 윤리규범을 엄격히 적용할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는 신고보상제도를 도입했다. 금품 수수의 경우 수수금액의 10배를 신고한 사람에게 보상했다. 자진 신고할 경우에도 수수금액의 5배를 당사자에게 줬다. 이 과정에서 진통도 적지 않았다.

곽 팀장은 "동료의 불륜을 고발하는 사례도 있었다.또 거래처에서도 처음엔 '인간미가 없다'는 불만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엔 선물이나 금품을 일절 안주고 안받게 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는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을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는 자리를 비운 사이에 거래처에서 양주를 놓고 갔는데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며느리가 임신을 했는데 부하직원이 몸조리하라며 가물치를 잡아 가져왔는데 받아도 되겠냐는 등 '윤리상담'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윤리경영 선포 3년째를 맞은 포스코는 올해 자율실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각 부서가 업무상 부닥칠수 있는 윤리적 문제점을 스스로 점검해 개선하는 일이다.

곽팀장은 "포스코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윤리적 기업문화가 반드시 뿌리를 내려야 한다"며 " 비윤리적인 행위는 '언젠가는'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곧' 드러난다고 가정해 회사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지난 2년간 1인당 5차례에 걸쳐 윤리교육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곽 팀장은 "기업윤리를 바로 세우는 것은 기존의 관행을 바꾸는 일이어서 윗사람이 먼저 본보기를 보여야 교육효과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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