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라인강의 기적」(20)-테러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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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서독에서 경호산업만은 번창일로를 달리고 있다.
대부분의 경호회사는 70년대 중반이후 연간 25%의 신장세며 규모가 다소 큰 회사면 전국체인까지 거느린다.
대표적인 예로 뒤쉘도르프 경호회사는 5백여명의 종업원과 5천만마르크(한화 약1백50억원)의 외형을 자랑한다.
날로 늘어나는 폭력을 틈타 재빠르게 돈방석 위에 앉게된 경호회사들의 모습이다.
연방검찰총장「지크프리트·부박」이 76년 한 테러범의 총탄에 쓰러지면서 서독의 테러는 극에 달해있다. 「부박」에 이어 저명한 은행가인 「위르겐·폰토」와 경제인연합회 회장인 「한스·마르틴·슐레이어」까지 테러범의 손에 희생됐다. 그래서 서독에선 스스로 「테러왕국」이란 자조의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경호산업의 호경기는 이같은 테러리즘의 부산물이다
최근 서독에선 명사수이거나 태권도 유단의 경호원 한두명을 거느리고 있어야만 부자행세를 할수 있고 방탄조끼와 방탄 자동차업도 돈방석에 앉은지 이미 오래다.
서독의 테러리즘은 점차 대형화되고 또 과격해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마구잡이」로 불리는 대형테러는 바이에른축제가 절정에 오른 80년9월26일 폭탄투척으로 한꺼번에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뮌헨의 폭탄투척사건이 그 본보기다.
범인이 오리무중인데다 동기마저 불투명한 이같은 테러는 그후 서독전역으로 번져 테러의 본산지인 이탈리아도 무색케 한다.
쾰른의 지하철은 테러범의 폭탄세례장으로 이름이 높고 공공건물은 때때로 몰로토프 칵테일의 공격대상이 되기 일쑤다.
심지어 달리는 열차를 전복시키기 위해 선로까지 망가뜨린다.
정치집단에 의한 테러는 그렇다치고 일반의 시위도 과격해지고 있는 것이 서독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고민이다.
80년5월4일 브레멘시에서 시위대와 경찰간부 사이에 충돌사건이 일어났다.
몰로토프 칵테일 등으로 무장한 2만여 시위대들이 현대무기로 중무장한 8천여 경찰과 대치한 끝에 시위대들은 경상자 몇몇뿐인데 반해 경찰은 엄청난 피해였다. 경찰관의 부상인원은 자그마치 2백59명에 이르렀고 차량도 헤아릴 수 없이 부서졌던 것이다.
브레멘사건은 데모대의 과격화현상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교훈으로 남긴다.
시위대들은 경찰과 대치하기 위해 전략회의까지 소집하며 경우에 따라선 사제무기의 제작도 서슴지 않고 빵과 콜라 등 보급품까지 준비한다.
슈피겔지는 81년3월 이같은 과격화현상을 가리켜 전후의 서독이 겪어야할 역사적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전후 서독을 휩쓴 방종현상은 나치즘의 반사적 역현상이며 최근의 테러는 이같은 방종풍조가 남긴 부산물이라고 분석했다.
나치가 물러간 이후의 서독은 자유방임주의가 팽배해져 일하기 싫은 노동자라면 의사의 진단서 한장으로 얼마든지 결근이 가능하다.
중학생들이 교내에서 담배를 피워도 교사들은 외면하기 일쑤이며 뭔헨의 올림픽공원은 나체족들의 천국이나 다를바 없다.
여기에 대부분의 범법자가 벌금으로 풀려난다는 것도 사회적 방종을 부채질하고 있다.
과격화현상을 부채질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사형제의 폐지가 지적된다.
기본법 제1백12조가 사형의 폐지를 명문화시키면서 흉악범이 날로 늘어난다는 통계다.
또 교도소생활은 돈이 있는 한 집에서처럼 안락하게 보낼 수 있다.
사형제의 폐지와 수형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우대하는 제도가 테러행위를 가속시킨다고 사회학자들은 주장한다. 그래서 사회적 방종에 쫴기를 박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찬반논쟁이 한창이다.
「요제프·프란츠·슈트라우스」바이에른주 수상 같은 극우파는 형벌의 강화를 주장하는데 반해 청년층 중심의 자유주의 세력들은 오히려 형벌이 엄하다고 맞선다.
서독은 사회적 병리현상의 치유에 지혜를 짜내고 있지만 쉽게 좋은 처방이 나올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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