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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바다 기상악화 사흘간 …중국어선 620척 무더기 침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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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600척이 넘는 중국 어선이 최근 사흘간 우리 영해를 집중적으로 침범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 100여 척의 6배에 달하는 규모의 해경도 물대포를 동원하는 등 집중 단속에 나섰다.

 3일 인천해경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620여 척의 중국어선이 서해 해상 곳곳에 출몰했다. 백령도와 연평도 주변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에선 170여 척이, 인천과 평택·태안 주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선 450여 척이 목격됐다. 이들 중국 어선은 조업 등 특별한 행동은 하지 않은 채 우리 영해에 계속 머물며 해경과 대치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 어선들의 잇따른 출몰에 해경과 해군은 3000t급 대형 함정 등 경비함정 10여 척과 헬기를 동원해 중국 어선 단속에 나섰다. 해경 관계자는 “중국 어선들의 수가 워낙 많아 나포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공포탄과 물대포 등으로 위협해 퇴거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어선들은 해경이 진압작전을 벌이면 일시적으로 빠져나갔다가 단속반이 철수하면 다시 우리 영해를 침범하는 등 숨바꼭질을 계속하고 있다.

 해경은 중국 어선들의 출몰이 급증한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기상악화를 꼽고 있다. 지난 주말 바다가 사나워지는 ‘황천(荒天)’ 상태가 되면서 우리 어선들이 모두 조업을 중단한 만큼 해경의 단속도 뜸할 것으로 보고 대거 우리 영해로 넘어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일 인천 지역엔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 해경도 강풍으로 서해바다에 2.5~3.5m의 높은 파고가 일자 황천 3, 4급을 발효했다.

 현지 주민들은 지난달 31일 여야가 해경 해체에 합의한 직후 중국 어선 출몰이 급증한 데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조직이 공중 분해되면서 해경의 단속도 약화될 것으로 추정하고 무더기로 침범해 왔다는 주장이다. 박태원 대연평도 어촌계장은 “중국 어선들이 겁내던 해경이 해체된다고 하니 한꺼번에 몰려온 것 같다”며 “바다가 잠잠해지면 곧바로 집중 조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해경 관계자는 “단속 강도가 생각보다 세자 중국 어선들이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 영해에서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단속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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