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연비 기준 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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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지난달 카탈로그에 적혀 있는 연비(燃比)와 다르네!"

이달부터 자동차 측면 유리창에 붙어 있는 연비 라벨을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이달에 출고되는 차량의 공인 연비 측정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자동차의 에너지 소비효율 및 등급 표시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따라서 새 규정이 적용되는 이달부터 차량 출고시점을 기준해 6천4백㎞ 주행한 뒤 연비를 측정하던 기존 방식에서 1백60㎞ 주행한 뒤 측정한 연비를 표기하도록 했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공인연비 측정방식에 불만을 보여왔다. 운전자들의 체감 연비가 카탈로그에 표시된 공인 연비와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은 '차량 길들이기'를 통해 엔진이 최고 성능을 발휘하는 시점에서 측정이 이뤄졌다. 또 현재 국내의 도로상황이나 교통 체증을 고려하지 않은 미국식 기준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운전자들이 아무리 급제동과 급가속을 피하며 정속주행을 하더라도 메이커에서 제시하는 연비를 맞추기는 어렵다.

현재 각 업체들은 197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시가지의 주행 흐름을 가정해 연비를 측정하는 'FTP-75'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 방식은 총 1천8백75초 동안 평균시속 34.1㎞로 17.8㎞를 달렸을 때의 연비를 측정한다.

그러나 현재 서울 도심의 평균 주행시속은 20㎞ 정도이기 때문에 실제 연비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새 방식을 적용하면 연비가 ℓ당 평균 1~3㎞ 떨어질 수밖에 없게 돼 실제 체감연비에 가까워진다.

새로운 연비 표기 방식을 미리 적용한 업체도 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3월 대형차 오피러스를 출시하면서 새 연비 표기 방식을 채택했다. 측정 결과 오피러스 GH350(3.5ℓ)의 공인 연비는 ℓ당 7.3㎞로 조사됐다. 기아차 관계자는 "개정된 연비 측정방식를 적용하다 보니 기존 방식보다 10% 이상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정 방식으로 측정해도 소비자의 불만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해 예비용 타이어처럼 무게가 나가는 품목을 떼어낸 뒤 연비를 측정하기도 한다.

산자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각 업체 생산라인에서 조립이 완료된 차량 중 무작위로 선정, 연비를 측정해 표기된 공인 연비와 5% 이상 오차가 나면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업체들처럼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달릴 때의 공인 연비를 따로 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 유기홍 환경기술팀장은 "소비자들이 공인 연비와 실제 연비가 똑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한다"면서 "개정된 연비 측정방식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병철 기자

◆연비=차의 연료소비율을 의미하는데 통상적으로 간단하게 줄여 연비라고 한다. 이것은 연료 1ℓ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나타내며 일반적으로 ○○㎞/ℓ 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11km/ℓ 라면 연료 1ℓ로 11km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1천5백cc급 준중형차의 경우 연료를 가득 채우면 약 55ℓ 가량이므로 이 연비라면 6백5km를 운행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연비 계산을 하고 주유를 미루었다간 연료가 바닥이 나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실제 연비는 공식 주행 연비의 약 7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연비 계산은 일본 교통부가 인정한 기준인 '10 모드'를 사용하고 있다. 이 방식은 미리 설정된 10가지의 주행 패턴에서 측정된 수치로 연비를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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