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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강 플라이 낚시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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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 횡성군 궁촌리 섬강의 플라이 낚시터에서 낚시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 이찬호 기자

횡성군이 군내 섬강 상류에 만든 플라이 낚시터가 논란을 빚고 있다. 군이 낚시터에 방류한 외래어종인 '무지개 송어'가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여론이 잇따르고 있다.

군은 관광자원 개발 및 경영수익사업의 일환으로 횡성댐 하류인 횡성읍 궁촌리~대관대리 구간 3.5㎞를 플라이 낚시터로 꾸몄다. 2000만원을 들여 관리사를 짓고 몸무게 1㎏ 안팎의 무지개 송어 3000여 마리를 방류, 5월 28일 개장했다. 군은 낚시터 운영 형편에 따라 앞으로도 송어를 추가 방류할 계획이다.

1인당 하루 입장료가 2만원인 낚시터에는 평일은 20명, 주말과 휴일에는 50명 정도의 낚시꾼이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낚시터가 문을 연 뒤 관련 인터넷사이트에는 네티즌들이 반대 글들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포식성'(捕食性)인 무지개 송어가 토종 물고기들을 마구 잡아먹어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게 이들이 주장하는 주요 내용이다.

더욱이 요즘같은 장마철에는 송어들이 하류로 떠 내려가 섬강 하류인 남한강에도 번식할 가능성이 있는 등 문제가 많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내수면연구소 이완옥 연구원은 "무지개 송어는 대형 육식어종이어서 먹이 피라미드를 파괴할 수 있다"며 "섬강 주변에만 살고 있는 한강 납줄개 등 토종 물고기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횡성군은 ▶무지개 송어가 생태학적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어종이지만 환경부가 정한 '방류 금지 어종'이 아니고 ▶섬강 둔치까지 5개의 수중보가 가둠막 역할을 해 하류로 떠내려가지는 않으며 ▶암컷만 방류했기 때문에 번식될 가능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횡성군 관광경제과 김경수 계장은 "연말까지 생태계 피해 여부는 물론 경영수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낚시터를 계속 운영할 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횡성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30일 "송어 방류를 금지하고,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하천 생태계를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군에 전달했다. 또 한국플라이낚시연맹은 오는 24일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플라이 낚시터 문제를 공식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인제군은 올해 상남면 미산리 내린천에 플라이 낚시터 조성을 검토했다가 플라이 낚시꾼들의 반대로 중단했다. 또 덕풍계곡에 회원제 플라이 낚시터를 운영 중인 삼척시는 주민들이 "토종 물고기가 멸종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발하자 올해는 무지개 송어를 방류하지 않기로 했다.

◆플라이 낚시=가짜 미끼를 이용한 외줄낚시. 국내에는 4000여명의 동호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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