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컬렉션, 디자인 의자에서 놀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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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의자들을 전시처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만지고 앉고 눕기까지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디자인 가구는 생활 속에서 라이프스타일처럼 즐기는 겁니다. 고귀한 것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접근하고 특별한 계층이 즐기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이하 DDP) 가구 컬렉션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디자인의 의미를 재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DDP 디자인 가구 컬렉션에서 서양 가구 파트 디렉팅을 맡은 김명한 대표의 말처럼 DDP에는 2천여 점에 달하는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가구들이 적재적소에 놓여 있다.

특히 서양 가구 컬렉션에는 온몸으로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의자 즉, 놀이처럼 즐기는 의자가 포함되었다. 김 대표는 서양 사람들과 디자이너들에게 디자인 가구는 어렸을 때 갖고 노는 장난감처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것이라 말한다.

역사적, 학술적 가치에 출중한 가구보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안겨줄 가구들을 DDP에 소개한 것도 그 때문. 놀이가 되는 의자들을 김명한 대표의 언어 그대로 소개한다.

1 스펀 체어(SPUN CHAIR) by 토마스 헤더윅
모르는 사람이 처음에 이 의자를 보면, 이게 의자인가 하겠지요. 스펀 체어는 플라스틱 성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정지한 상태에서는 의자의 본연의 기능에 충실합니다. 그런데 막상 앉으면 아이들에게는 놀이기구, 어른들에게는 중심 잡기용 운동기구처럼 재미있고 혁신적인 의자가 되지요. 어른들도 이 의자를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다들 한 번씩 앉아보고 돌려보고 갑니다. 이렇게 디자인은 즐겁게 즐길 수도, 모르던 이에게는 재미를 안겨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2 카피텔로(CAPITELLO) by 스튜디오 65
그리스 신전의 이오니아 기둥을 닮은 이 작품은 디자인과 아트의 경계선에 묘하게 머무릅니다. 의자로 보이지 않는 의자죠. 부드럽고 유연한 폴리우레탄 소재를 사용해서 앉으면 푹신하게 들어가는 것이 신선합니다. 과거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모던하게 재해석하고 신소재까지 접목시킨 작품이지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디자인에 대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3 클로버(CLOVER) by 론 아라드
딱 보면 네 잎 클로버 모양인 걸 어린아이도 알 수 있죠. 사실적인 디자인은 자칫 유치할 수 있는데, 론 아라드의 클로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형성과 참신함이 느껴집니다. 클로버는 아웃도어 가구로도 사용할 수 있는 의자인데, 서양인들에게 아웃도어 라이프가 일상적이고 즐거운 일이라는 의미를 알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잔디밭에 놓인 의자가 이러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지요.

4 프라톤(PRATONE) by 조르조 세레티, 피에로 데로시, 리카르도 로소
많은 사람들이 의자는 앉는 방법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록색 풀 모양을 한 프라톤 체어는 이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작품입니다. 의자에 누울 수도, 엎드릴 수도 있다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죠. 소재도 발포수지로 유연성이 있어 아이들이 장난감처럼 놀고 즐길 수 있는 의자입니다. 아이들이 이 작품을 보고 마치 잔디밭으로 뛰어들듯이 달려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선입견 없이 의자를 즐기는 모습이었죠.

5 포니(PONY) by 이에로 아르니오
좌석이 꼭 의자일 필요는 없다는 디자이너의 생각이 담긴 작품입니다. 앉는다는 말보다는 탄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의자지요. 다들 아이들에게 맞춰진 의자라 생각하기 쉬운데 이것은 성인들 사이즈에 맞추어 제작된 것입니다. 디자인적 상상력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그 끝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6 볼 체어(BALL CHAIR) by 이에로 아르니오
이 의자는 나이 지긋한 어른에게는 추억을 되새겨줄 작품이 될 것입니다. 어린 시절 다락방이나 책상 밑에 앉아 있으면 마치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 같고, 포근한 느낌이 들어 특히나 좋아했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볼 체어 안에 들어가는 순간 의자 속은 다락방처럼 아늑하고 독립적인 공간으로 느껴집니다. 키덜트가 되는 순간이지요.

기획=김은정 레몬트리 기자
사진=양성모(JEON Studio), 박희웅(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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