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지를 공단용지로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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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시가 아파트입지 심의까지 끝낸 땅을 다시 공원용지로 묶어 이 땅에 아파트를 지으려던 무주택 영세민 2백80가구가 3억여원의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됐다.
이유신씨(33·서울 사당동321의114)등 피해자들은 사당동산32의53과 산44의18 등 2필지 5천7l평에 공동부담으로 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80년2월17일 서울시에 입지 및 건축심의를 신청, 같은해 4월14일 승인을 받고 서울시로부터 빠른 시일 안에 민영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신청을 하라는 통보까지 받았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주택조합을 구성, 가구당 2백∼3백 만원씩 돈을 거둬 이 땅을 5억원에 매입, 17.5평형 1백80가구와 5평형 1백 가구 등 5층짜리 아파트 6동을 짓기로 하고 3천 만원을 들여 설계를 해 80년5월13일 서울시에 민영주택 건설사업계획 승인신청을 했다.
그러나 승인신청을 받은 서울시는 시장방침이 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원처리기간 시한인 1개월을 넘긴 뒤 『승인신청을 일단 취하했다가 다시 신청을 하면 받아 주겠다』고 조합원들을 종용했다.
조합원들은 이에 따라 6월13일 승인신청을 일단 취하했다가 그해 11월17일 서울시에 다시 승인신청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에는 『승인신청 취하로 입지심의·건축심의 승인효력이 모두 소멸되었기 때문에 심의를 다시 받아야한다』는 또 다른 이유를 내세워 승인신청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이에 대해 한번 승인을 받은 입지심의·건축심의를 또다시 받으라는 서울시의 처사는 행정부의 횡포라고 주장, 지난해 12월24일 국무총리 소원심의회에 서울시장을 상대로 「민영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 반려 취소」에 관한 소원을 제출, 금년 2월4일 소원심의회는 1차 심의에서 이를 『이유 있다』고 받아들여 2차 심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같이 소원이 진행되던 지난 2월9일 돌연 이 땅을 어린이 공원용지로 묶었고 2월20일 열린 2차 소원심의회에서는 서울시의 이같은 결정을 받아들여 조합원들이 낸 소원을 기각함으로써 조합원들은 2년을 넘게 참고 기다려 온 내집 갖기 꿈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말았다.
더구나 조합원들은 땅값 5억원을 비롯, 설계비 3천 만원, 취득세·등록세 등 세금 5천 만원과 공사도급 계약금 1천 만원, 그동안의 조합 운영비 1천여 만원 등 8억여원의 피해를 보게 됐으며 서울시로부터 땅값 5억여원 정도를 보장받는다 하더라도 3억 이상의 손해를 보게 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곳이 국립묘지 가시권 지역으로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미관상 좋지 않고 임목보존을 위해 공원용지로 묶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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