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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뜻밖의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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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아니, 이럴 수가!" 아마도 요즘 정치권이나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탄성이 소리 없이 일고 있을 것이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정책이 오히려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거나 예상치 않았던 일이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와 전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도와 반대되는 결과가 나옴으로써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더 어렵게 하는 대표적인 보기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집값 상승을 막고자 시행한 시책이 도리어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고 있다.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비를 줄이자고 추진하는 개혁이 학교교육 전반과 대학교육을 더 악화시키고 계층 간의 위화감을 더 부추기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경제정책이 오히려 저소득층에게 불리한 상황을 초래했다.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행정도시 건설계획은 오히려 지역 갈등을 자극하고 부동산 시장의 질서를 교란해 지역균형 발전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는 면이 드러났다. 이 밖에도 상당수의 큼직큼직한 개혁과 정책이 아마도 뜻한 결과를 얻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을 것이다.

사회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unintended consequences) 혹은 '예상하지 못한(unanticipated) 결과'라 한다. 어떤 사회적 행위를 할 때 처음 의도했던 대로 되지 않거나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설명하려는 개념들이다.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꼭 기계처럼 예측한 대로 열매를 거두지 못하는 수가 언제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특히 '자살적 예보'(suicidal forecasts)라는 현상은 조심해야 한다. 어떤 일을 꾸미고자 할 때 그 결과가 앞으로 어떠하리라는 것을 미리 공표하게 되는데, 이때 주의할 것은 바로 그 같은 예측을 뒤엎어버리려는 시도를 하는 집단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에는 다양한 이해관심과 가치를 지닌 집단과 세력들이 있는데, 이들이 어떤 특정 변화에 대해 반대하거나 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서 예정을 발표했다가 오히려 바라는 바를 이루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오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런 때를 대비해 변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조심하고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가장 위험한 요인은 경직성이다. 가령 이념이나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일을 꾸미려 하면 이념의 경직성 때문에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 이데올로기는 매우 그럴싸한 미래사회의 비전을 제시하므로 특정한 이해관심을 가진 집단에는 아주 매력적이고 호소력이 강하지만 현실적인 실현가능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다음은 근시안적 안목이다. 대체로 사회변동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얻기가 어려운 법이다. 먼 앞날을 내다보고 여러 가지 가능성과 장애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당장의 이득과 눈에 띄는 성취를 목표로 일을 추진하려 할 때는 항상 의도하지 않은 예상 밖의 결과가 올 여지가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전 사회적인 혜택 여부다. 특히 국민 전체의 삶의 조건과 직결되는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정책을 시행하는 국가기구들이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하는 핵심적 요소는 그것이 누구를 위한 일인가 하는 점이다. 자칫 자기들 당파나 연고자들, 특정 지역과 계층의 이익을 도모하면서 마치 전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인 양 착각하든지, 아니면 처음부터 전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은 의중에도 없으면서 공적으론 전체를 위한 것인 양 정당화하려 할 때는 뜻밖의 예기치 못한 결과가 닥칠 수 있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사회 변동의 역학은 그처럼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김경동 KDI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학술원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