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직접요리…1인 3역의 대처 영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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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영국의 첫 여 수상 「마거리트·대처」여사가 수상에 취임한 후 금년 5월로 어언 3년을 맞는다. 지난 가을만 해도 지지율 2%로의 하락으로 여론조사사상 최저라는 혹평까지 받고 있었으나 요즘은 실업률·인플레율이 둔화되고있어 인기의 회복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하지만 포클랜드의 시련은 또 한번 「대처」수상을 곤경이 빠뜨리고있다. 이런저런 일로 더욱 바빠진 「대처」수상이지만 매일의 변함없는 동분서주 속에서도 아내로서 또는 어머니로서의 일상생활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소식.
「대처」수상의 여성다운 일면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지난 1월 하순 장남 「마크」군(28)의 실종 때였다. 『여수상의 눈물』이란 제목은 영국신문은 물론 세계의 모든 신문에 보도되었고 텔리비전 카메라 앞에서도 수상은 눈물을 보여 주었다. 「대처」수상은 「여수상」이란 말을 듣기 싫어하며 수상에 여성과 남성이 어디 있느냐고 주장하지만 때때로 섬세한 여성다운 마음씀을 어쩔 수 없이 보여준다.
지난달 중순, 북부 뉴캐슬의 공장시찰 때 마중 나온 간부들을 그냥 둔 채 노동자들과 열심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노동당지지의 기자들까지 인정해준 서민적인 모습. 『보수당의 수상으로서는 소박한 일면을 보여 주었다』고 기자들은 말한 적이 있다.
이 같은 수상의 서민성은 바로 자라온 환경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쌍동이 남매가운데 딸인 「캐럴」양(28)은 얼마 전 수상관저에 두 명의 통근하는 가정부가 있으나 요리사는 없다고 밝혀 매스컴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대처」일가는 런던 북서쪽의 체카에 사저를 가지고 있어서 주말에는 될 수 있는 한 사저에서 보낸다. 다우닝가에는 관저 뒤 건물에 사용으로 쓸 수 있는 부분이 있으나 거실·식당·침실 등 서민용 규모일 뿐이다.
『어머니의 아침은 코피와 오렌지주스. 낮에는 회식의 기회가 많고 저녁에는 회식의 기회가 없는 한 먹지 않는 주의여서 쿡이 필요가 없어요. 주말을 관저에서 보내는 날은 어머니가 식당에서 직접 요리를 해요』라고 「캐럴」양은 말한 적이 있다.
「대처」 수상 자신도 『가사를 아주 좋아한다』고 말해 격무의 틈틈이 가사를 돌보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빈틈없이 꼼꼼한 성격으로 가사도 남에게 맡기기 싫어한다.
사고방식도 틀림없는 보수당의 매파에 속하지만 소박하고 검소함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보수당 정치가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뜨인다.
금년 56세. 야채장수의 딸로 태어나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게의 일을 돕고 2차대전 후인 47년 장학금으로 옥스퍼드대학에 입학했던 수상의 소녀시절은 유복함과는 인연이 멀었다.
젊었을 때 자기 옷은 자기가 직접 만들어 입었던 「대처」수상은 지금도 가끔 만들어 입는 적이 있다고 한다.
『생활의 리듬을 깨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전 휴가는 싫다』고 말하는 수상은 일하는 벌로도 통한다.
지난 3월10일 보수당 남성원로정치가들의 사적인 클럽인 캘튼 클럽에는 1백50주년 기념일을 맞아 드디어 여수상을 클럽회원으로 받아들이고 그녀의 초상을 내어 걸었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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