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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약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약은 독』이라고 약학자들은 말한다.
약은 적절한 질병에 적절한 양을 썼을 때 가장 효과를 올리고 건강·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약을 남용해서는 효과는 고사하고 부작용만 얻을 뿐이다.
약은 암·전염병 등 질병을 치료하는데는 큰 도움을 주고 있으나 이는 가장 필요한 경우에 미양을 투여했을 때이고 지나치면 독이 된다.
중앙대대학원장 한덕룡 박사(과학)는 『동양의학에서는 약을 상기·중기·하기등 세 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상약은 몸의 기능을 보완해 건강을 점진적으로 증진시키며 독성이 비교적 적은 반면, 하약은 치료효과가 큰 반면 생체에 대한 반응이 날카롭고 독성이 강한 편이다. 중약은 치료와 보완기능을 함께 하는 약이므로 이 세 가지 약을 잘 쓰면 건강·장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박사는 『상약(보약)은 인체의 기능을 서서히 보강해주므로 비교적 장기복용이 가능하나 하약(치료약)은 전문의의 처방 없이 함부로 복용하면 부작용이 따른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한 박사는 세계 여러 나라중 한·중·일등 동양3국은 서구에 비해 특히 약을 좋아하는 성질이 있어 남용하기 쉽다고 지적하고 제약회사측의 지나친 선전과 일부 매스컴의 잘못된 보도에도 다소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약대명예교수 홍문화 박사는 『약으로만 건강을 찾겠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일상생활에서 섭취하는 음식을 가운데 약이 되는 것을 찾아 먹는다면 그보다 편리하고 자연스러운 일은 없다.
과일·야채·우유·해조류·생선 등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고루 섭취하는 것이 약간만 몸이 이상해도 항생제다, 화학요법이다 하면서 법석을 떠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지적하고있다.
관광회사부장인 서모씨(48)는 정력강장제와 간장약 애호가.
요즘 들어 부쩍 기력이 떨어진다고 느낀 서씨는 단골약국에 수입강장약이 들어왔다는 연락만 받으면 뛰어가 사먹는다.
흔히 유행하는 외국제 고단위비타민제도 비싼 돈을 주고 사먹는다.
간장약도 여러 종류를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술 마실 때는 빠뜨리지 않고 먹는다.
진시황이 장생불로약을 찾았듯이 인간은 불로장수와 시들지 않는 정력을 바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빗나간 강장약남용은 오히려 노화를 촉진한다.
일부 강장제 가운데는 남성호르몬제가 함유된 것이 있는데 이를 남용하면 노화를 오히려 촉진하게 된다고 홍박사는 강조한다. 체력의 재고량은 한정돼 있는데 남성호르몬의 주입으로 일시적인 자극에 의해 체력을 마구 소모해버리면 오히려 더욱 빨리 늙어버림은 물론, 고혈압·암·성선위축의 부작용까지 일으킨다는 것.
전문의들은 간염 등 간의 질환에 걸렸을 때는 간장약이 해독 등의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간장약만을 믿고 몸을 마구 쓰거나 과음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한다. 간장약이 간의 질환을 예방하는 절대적 역할을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최근 비타민제가 널리 복용되고 있으나 지나친 남용은 경계되고 있다.,
서울대과대 김낙두 교수는 「남용되는 의약품」 이란 논문을 통해『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다는 자양강장제는 체력이 급격히 약화된 수술환자 중 자력으로 단백질을 공급할 수 없는 경우에만 효과를 나타내며 영양강장약이 아니라』 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아미노산에 비타민이나 카페인·능금산 등을 섞어 만든 드링크제를 기묘한 선전문귀를 통해 판매하는 상혼에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가장 오·남용되고 있는 약품이 항생제와 부신피질호르몬제, 해열·진통제, 신경안정제 등으로 이들은 대부분 부작용을 수반하고 있어 전문의들의 처방에 의해서만 적절히 사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페니실린·스트렙토마이신 등 항생물질, 결핵·암에 대한 화학요법제 등 약은 인류의 질병정복에 지대한 업적을 남겼으나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거듭 강조되고 있다. <김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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