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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여대야소' 정국 이어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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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하반기 정국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여야가 정면 충돌했던 윤광웅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민주노동당과의 공조에 성공한 열린우리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정국의 흐름은 신 여대야소 국면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해임건의안의 표결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민노당 대(對) 한나라당-민주당 구도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야합정치"맹공 나선 한나라당=한나라당은 "더 이상의 여당에 대한 협조는 없다"며 날을 세웠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1일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윤 장관 구하기에 여념이 없는 열린우리당이 민노당을 동원하기 위해 '방위산업청 신설안'을 본회의에 살짝 끼워넣은 것은 사실상 여야 합의 정치를 깨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민노당에 대해 "서민당을 자임해 온 민노당은 여당과의 야합으로 도덕적 기반을 상실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그러나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야 4당 간 공조가 물건너가 당분간 열세에 몰리게 됐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는 "통과되지도 않을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인 이유가 뭐냐"고 비판이 제기된다.

원내대표단의 전략적 사고와 야당과의 공조, 대여 협상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강 원내대표는 "민노당이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만 그랬지 예전엔 우리와도 공조하지 않았느냐"며 "민노당은 이번에 당 색깔이나 이미지와는 다른 행보를 했기 때문에 부담을 많이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유전 개발 의혹 특검법과 쌀 국정조사 등 주요 사안에서 손발을 맞췄듯이 공조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얘기다.

◆ 열린우리당-민노당 공조 계속될까=열린우리당은 군소야당과의 공조를 통해 여소야대 구도를 깰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을 성과로 꼽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은 민노당과의 정책 공조를 통해 17대 국회를 열린우리당-민노당 대 한나라당-민주당 구도로 몰아갈 생각이다. 이를 통해 진보 대 보수의 대결구도가 형성되면 당의 정체성 논란도 불식될 것이라는 복안이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우리가 과반수가 안 되니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정책적으로나 이념 면에서 한나라당보다 상대적으로 민노당과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최근 합당설까지 나오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는 또 "쟁점 법안인 사립학교법이나 언론개혁법 등 개혁정책들을 중심으로 민노당과 연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민노당도 적극적이다. 심상정 의원단 부대표는 "열린우리당이 개혁 의제에 대해 얼마 만큼 의지를 갖느냐에 따라 공조할 수 있다"면서 "공조정치의 유연성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양당은 7월 초에 있을 조대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준 표결을 비롯해 사립학교법.언론개혁법 등 쟁점 법안에서 또다시 연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시적 공조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열린우리당 내 보수성향의 의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이 6월 국회에서 대치한 비정규직법안과 국민연금법, 올해 말로 예정된 이라크 자이툰부대의 파병 연장 동의안 등은 양당 공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암초로 꼽힌다.

특히 국방부 장관 해임안 부결 후 민노당 게시판에는 지지자들의 비판 글이 쏟아지고 있다. '집권당과 놀아나느니 해산하라''권력의 시녀''캐스팅보트 좋아하다 망한 자민련 보는 듯'등등의 내용이다.

민노당이 처음 경험해 보는 이 같은 '야합'논란에 어떤 대응 방침을 정하느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소영.이가영 기자 <olive@joongang.co.kr>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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