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위 오두막에 이사온 이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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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겨울 눈송이가 하얗게 피어오르던 몹시도 추웠던 날, 우리 이웃에 오른 손이 불구인 남편과 아내가 아이를 넷을 데리고 서너 평 남짓한 오두막집 한 채를 사 가지고 이사를 왔다.
언덕 위에 방 한 칸과 부엌 하나를 오므려서 지은 이른바 무허가 건물이지만 그들 부부는 함박꽃 같은 웃음을 늘 자아내며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도와가면서 지붕에 페인트칠이며 못질과 자갈 펴기 등 다듬고 고치고 수 없는 정성을 집에다 들였다.
큰아이가 아홉 살이 되도록 집 마련을 못하고 남의 집 살림을 하다가 전전긍긍 모아서 생전 처음으로 20만원을 주고 내 집을 마련했단다.
이들 부부는 어려서부터 부모를 여의고 갖은 고생을 하다가 서로 만나 마음이 통하게 된 사이였다. 힘을 합해 남들처럼 잘 살아보자는 결심으로 결혼했고, 남편은 신문을 돌리며 껌팔이를 하고 아내는 남의 집 파출부로 일하며 성실하게 살아왔다.
이처럼 어렵게 살면서 근근히 모은 돈으로 처음 내 집을 마련했으니 그 기쁨을 무엇에 비교할 것인가.
아내는 아이를 등에 업고 자갈을 주워 다가 한 뼘도 되지 않는 처마 밑에 깔며 비록 볼품 없는 오두막집이지만 정성 들여 가꾸고 있었다.
여섯 식구가 누우면 좁아서 마음대로 발을 필수 없을 정도의 작은집이지만 피와 땀을 흘려 모은 돈으로 마련한 것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아내는 이웃에게 말하곤 했다.
마당이 비좁아 어린아이가 몇m나 되는 언덕 밑으로 굴러서 부상한 이후엔 온 식구가 돌멩이를 주워 다가 마당을 메우고 나무로 난간을 만들어 그런 일이 다시없도록 손을 쓰기도 했다.
오두막집의 아내가 어느 날 우리 집에 들러 혹시 꽃씨를 좀 얻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늘 꽃이 많아 인상적이었다』는 그녀의 칭찬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비록 오두막집이나마 꽃을 가꾸어 보겠다는 그 마음에 감동되어 나는 꽃씨를 나누어주기로 했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그 집 주변에 만발하면 언덕 위의 꽃집이 될뿐더러 이 동네에서도 좋은 경치거리가 하나 생기는 셈이네요.』
나는 열심히 꽃을 가꾸라고 격려하며 꽃씨와 꽃나무를 나누어주었다.
20만원으로 마련한 작은 집.
그러나 그 작은 집이나마 가꾸고 닦으며 흐뭇해하는 부부. 거기에 꽃나무를 정성스레 심는 가난한 부부를 보고 내 마음마저 봄 빚과 같이 따스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대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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